목소리 높이는 행동주의, 저평가 韓증시 '메기'될까

[행동주의 펀드의 두얼굴]
소액주주와 뭉친 얼라인, 두산밥캣 분할합병 무산시켜
행동주의 힘 받자 외국계 국내 진출도 속속
소통 창구 늘리자…태도 달라진 기업
"일본 증시 강세는 행동주의 덕분 평가도"
  • 등록 2024-12-12 오전 5:05:00

    수정 2024-12-12 오전 5:05:0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행동주의 펀드 활동에 최근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더해진 이유는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공통분모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국내 증시에 대한 저평가, 주주를 배제하는 기업의 행태에 소액 주주들이 등을 돌린 탓이다.

그간 기관 혹은 전문 투자자로 구성된 행동주의 펀드는 특정 목적을 갖고 기업 경영에 개입하고자 하는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면서 소액주주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거버넌스 개선의 핵심 역할로 떠오르면서,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목소리 높아진 주주들…기업들도 ‘눈치’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한 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이전하는 구조 개편을 철회했다. 회사 측은 “주요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함에 따라 본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의 가결요건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얼라인파트너스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이번 사태로 인해 주주들 사이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으로 회사와 전체 주주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의문을 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록 두산에너빌리티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이번 분할·합병안 철회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지만, 시장에서는 두산 그룹의 불합리한 지배구조 개편을 줄곧 겨냥했던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들의 ‘판정승’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액트에서는 ‘분할·합병 반대서명’ 운동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결집했고,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요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철회를 압박했다.

이번 합종연횡에 대해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두산 에너빌리티의 대한 분할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 행동주의 펀드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액 주주들과 힘을 합치는 것은 의미 있고, 모범적인 주주 행동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도 “이번 분할합병 건에 대해 주주들의 생각이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진출도 늘고 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에는 지난 5월 첫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로 오아시스가 가입한 이후 테톤캐피탈, 팰리서 캐피탈 등이 최근 가입을 했다. 소액 주주들과 접점이 많은 거버넌스포럼을 통해 행동주의를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내년 주총을 앞두고 이들의 활동이 급증할 전망이다. 이미 달튼인베스트먼트는 콜마홀딩스를 대상으로 주주행동을 시행했고, 팰리서캐피탈은 SK스퀘어를 상대로 밸류업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변화하는 행동주의…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할까

증권가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간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이유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 활동은 선진국에 비해 부진했다”면서 “이제는 기존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행동주의 활동이 개인투자자 또는 소액주주연대까지 확산하고 있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다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기업들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소액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창구를 하나둘 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전략도 과거에는 주주총회 표 대결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물밑에서 기업과 협의를 이루는 식으로 바뀌었다.

유선규 플래쉬라이트캐피탈 파트너스(FCP) 상무는 “최근 거버넌스에 대한 시선이 바뀌면서 기업들이 주주들의 눈치를 보고 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행동주의 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밥캣 외에 10여개 상장사에 대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도 “다른 기업과는 소통채널이 있어서 물밑에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협의를 통해 주주제안을 반영해주는 기업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일본 증시의 강세가 행동주의 펀드의 ‘메기 효과’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주주 행동에 반응한 기업들이 스스로 기업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주주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을 때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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