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 레이 ‘완성하지 못한 집’(Unfinished Home 20211025·2021), 시멘트·강철구조, 90×30×120㎝(사진=탕컨템포러리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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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공중에 붕 떠 있는 저것은 집이다. 떠 있다기보다 매달려 있다는 게 맞을 거고, 집이라기보다 집이 돼 가는 틀이란 게 맞을 거다. 게다가 말이다. 집틀을 붙들고 있는 저 구조물은 철근이 아닌가. 내부에 얌전히 박혀 있어야 할 그것이 외부로 뻗쳐나와 결국엔 집을 들어올렸다. 철근이 구획한 세상 어디쯤에서 올라가지도 내려오지도 못하는 집.
저 독특한 형상은 중국작가 차이 레이(39)가 세상의 ‘상식적인 개념’에 던지는 ‘비상식적인 개념’이다. 멀고 가까운 거리감과 그 어디쯤 자리한 공간의 관계를 탐구한다는 작가는 평범치 않은 구상·설치로 보통의 생각을 뒤엎는 작업을 꺼내놓는다. 연작 중 한 점인 ‘완성하지 못한 집’(Unfinished Home 20211025·2021)은 초현실적인 상상에 현실적인 재료를 얹어 독특한 행간을 만든 작품. “철근·시멘트 등 진짜 재료를 가져다가 3D 조각으로 재현하고 변형”해 완성했단다.
그렇게 “1980년대 어느 날 마당, 유년시절 작은 타일로 덮인 부엌, 카프카 소설에 나오는 방의 한구석” 등 막연한 장면은 현실화했지만. 정교해서 비일상적인, 그래서 사실일 수도 환상일 수도 있는 열린 결말을 만들었다고 할까.
11월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5길 탕컨템포러리아트 서울스페이스서 여는 개인전 ‘우월주의자의 공간’(Suprematist Space)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첫 개인전이다. 평면작품 9점, 설치작품 9점 등 총 18점을 걸고 세웠다.
| 차이 레이 ‘완성하지 못한 집’(Unfinished Home 20220408·2022), 시멘트, 25×22×8㎝(사진=탕컨템포러리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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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 레이 ‘단위’(Unit 20220920·2022), 브론즈·24K금박, 192×50×54㎝(사진=탕컨템포러리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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