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레미콘 셧다운 유예지만…갈등 불씨 여전

시멘트사 전향적 결정에 레미콘 셧다운 19일까지 유예
제값받기 어렵게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문제 풀어야
"시멘트·레미콘·건설사 3자 협의체로 안정적 소통 필요"
"정부·국회 참여하는 민관정 협업으로 방법 모색해야"
  • 등록 2022-10-10 오전 11:45:27

    수정 2022-10-10 오전 11:45:27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협상 시간을 번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시멘트사와 레미콘사, 건설사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개선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사태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시멘트 공장 모습(사진=연합뉴스)
레미콘사 셧다운(영업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유예됐다. 일부 시멘트사들이 시멘트값 인상을 내년 1월로 연기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레미콘사들이 무기한 셧다운을 오는 19일까지 유보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장 건설현장 공급 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면하고 협상을 할 시간을 번 셈이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다.

쌍용C&E와 성신양회, 삼표, 한라 등 대부분 시멘트사들은 레미콘사들이 요청한 대로 내년 1월까지 가격 인상을 미루기로 했다. 다만 한일시멘트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관심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멘트사와 레미콘사, 건설사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어 제값 받기가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무엇보다 더 큰 문제라고 호소한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사와 건설사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고 토로한다. 중소 업체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언제나 ‘을’의 입장에 놓여있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멘트사의 가격 인상을 수용해 건설사가 반영해줄 때까지 부담을 떠안는 고충을 겪어왔다.

시멘트 업체 역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제조 원가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평균 134달러 수준에서 현재 400달러 이상으로 가격이 3배 이상 폭등한 게 가장 크다. 여기에 전력비 인상과 환율 상승, 대규모 환경 투자 및 안전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 경영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시멘트사가 레미콘사를 대상으로 시멘트값 인상을 나중으로 미뤄주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정부나 국회가 나서 물꼬를 터주고, 업계 간 소통을 활발히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현재 시범운영 중인 납품대금연동제가 법제화할 경우 제도적인 접근이 가능할지도 주목된다. 이밖에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 있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셧다운 유예에 앞서 양측은 모두 국회를 찾아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하소연했다. 결국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시멘트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마침 이번 협상 과정에서 동반성장위원회나 중소기업중앙회 등 민간단체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측도 참관했다. 관련자들이 모두 모인만큼 이번 기회에 새로운 해법을 모색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 간의 문제라 국회나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시멘트사와 레미콘사, 건설사까지 3자 협의체를 꾸려 안정적인 소통의 장을 만들고 정부와 국회도 동참하는 민관정 협업으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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