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 수만개 방…'벌집' 쌓는 수고, 이젠 멈춘다 [e갤러리]

△표갤러리 '질서의 흔적'전 연 작가 김태호
전시중 지난 4일 타계…마지막 개인전
1㎝ 물감 올린 부조회화 '내재율' 연작
20여색 쌓은 두꺼운 층 바탕으로 삼아
색면층 하나하나 깎고 파내 '벌집'처럼
다색결집체로 틔운 단색화의 나아갈 길
  • 등록 2022-10-24 오전 9:30:00

    수정 2022-10-24 오전 9:30:00

김태호 ‘내재율’(Internal Rhythm 2022-57·2022), 캔버스에 아크릴, 92×73.5㎝(사진=표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벌집 작가’라 했다. 손끝 정도 들이밀 만한, 벌집 같은 공간을 무수하게 펼친 화면을 무수하게 만들었다. 그 촘촘하고 미세한 흐름에는 운율이 붙는 듯했다. ‘내재율’(Internal Rhythm)이라 부르기로 했다. 1995년부터 시작했으니 30년 남짓이다.

‘내재율’ 연작은 부조회화다. 화면에 솟은 물감두께만 1㎝를 넘긴다. 그러니 그림이 아니고 조각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두께는 조각가가 아닌 화가가 만든 거다. 20여가지 색을 수십차례 칠하고 올려 쌓은 두꺼운 층이 작품의 바탕이 되니. 벌집은 그 색면층을 하나하나 깎고 파내 수백·수천·수만개의 방으로 구획한 작가만의 독보적 영역이었다.

세간은 “평면이란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회화의 근원에 대한 도전”이라고들 했지만, 마땅히 화가의 자신에 대한 도전처럼도 보였다. 결정적으론 1세대 이후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단색화의 ‘나아갈 길’인 듯도 했다. 그래서 세상이 떠밀었을 ‘포스트 단색화가’(후기 단색화)란 타이틀에 절반은 수긍했을 테고. 단색은커녕 다색의 결집체를 꾸려내는 작업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가 김태호(1948∼2022·전 홍익대 회화과 교수)가 지난 4일 타계했다. ‘벌집’을 쌓는 수고도 이젠 멈춘다. ‘내재율’(2022)은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질서의 흔적’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 개인전이 됐다. 캔버스에 아크릴. 92×73.5㎝. 표갤러리 제공.

김태호 ‘내재율’(Internal Rhythm 2022-80·2022), 캔버스에 아크릴, 92×73.8㎝(사진=표갤러리)
김태호 ‘내재율’(Internal Rhythm 2010-20·2010), 캔버스에 아크릴, 66×50㎝(사진=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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