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미국이 먹여살린 영국"…英 PE 거래활동 크게 늘었다

올해 英 PE 거래 472개에 참여한 美 투자사들
거래금액으로 보면 英 PE 거래 전체의 절반 차지
저평가된 밸류·쏟아지는 매물·규제 친화적 환경이 한 몫
상장사 인수하기에 최적화된 증시 환경에 엄지척
  • 등록 2024-12-13 오전 9:56:02

    수정 2024-12-13 오전 9:56:02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 기업에 베팅하는 미국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올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사에 개방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영국 정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영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넘치는 구조조정 매물,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의 이유로 영국행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1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올해 초부터 현재(12월 5일 기준)까지 영국 내 472건의 거래(총 102조 2802억원 밸류)에 참여했다. 여기에는 미국 투자사들이 유럽 사모펀드운용사와 컨소시엄을 맺어 공동 인수한 사례도 포함된다. 영국에 대한 미국 사모펀드운용사들의 투자 건수는 442건을 기록한 지난해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으나, 거래액만큼은 지난해 대비 56.7% 증가했다.

미국 사모펀드운용사들의 이러한 참여는 영국에서 이뤄진 사모펀드 거래를 종합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영국에서는 총 1627건의 사모펀드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와 관련한 거래 금액은 1119억파운드(약 203조원)에 달한다. 거래액으로만 따지면 미국 투자사들이 못해도 전체 거래의 절반 가량은 차지한 셈이다.

미국 투자사들이 영국에 대거 몰린 이유는 크게 몇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미국 대비 저평가된 영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미국 사모펀드운용사에게 큰 매력 포인트다. 런던 증권거래소에 입성한 기업이더라도 유동성이 낮다 보니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 사모펀드운용사들이 영국 상장사를 비교적 낮은 가격에 공개매수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 ‘오타와 애비뉴 프라이빗 캐피털’은 지난 6월 CVC캐피털 컨소시엄에 참여해 영국 최대 자산관리사인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을 54억 파운드에 품었다. 이에 따라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던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은 비상장사로 다시 전환됐다. 또 다른 주요 거래로는 지난 3월 이뤄진 미국 토마브라보의 다크트레이스 인수가 있다. 다크트레이스는 사이버 보안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토마브라보에 매각된 직후 상장 폐지됐다.

영국 내 구조조정 매물이 넘친다는 점도 플러스 알파 요인으로 통한다.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와 팬데믹 이후로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있는 현지 기업을 헐값에 품고 밸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영국 정부가 해외 투자자에 규제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사모펀드운용사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리적으로 다변화하기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고서는 “영국에서의 사모펀드 거래 활동이 회복한 주요 원인은 미국 투자사들의 약진에 있다”며 런던 증권거래소의 유동성 이슈 등으로 사모펀드운용사를 찾는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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