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명은 ‘팝콘 브러시 #1’(2022·사진=청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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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붓 가는 길만 봤다. 흠뻑 물감을 적신 붓이 낸 빠르고 선명한 획을 모은 거다. 그 하나하나 개성이 뚜렷해 제대로 어울릴까 싶지만, 참 희한한 노릇이 아닌가. 획과 색, 면과 층이 짜맞춘 듯 조화롭다.
작가 하명은(42)은 ‘색판을 짠다’. 굳이 이런 표현인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한 ‘색칠’이 아니라서다. 작가는 ‘회화를 벗겨낸 회화’를 추구해왔다. 다시 말해 회화지만 회화만은 아닌, 다분히 중첩된 의미가 들었는데.
작가의 복잡할 속내와는 달리 작품은 그저 명쾌하다. ‘평면처럼 보이는 입체추상’이라고. 실제로 정면에서도 슬쩍 비치는 ‘입체감’은, ‘감’이 아닌 진짜 ‘입체’란 얘기다. 5㎝ 안팎의 도톰한 두께를 가진 ‘부조회화’로 말이다. 스티로폼을 두번 압축한 포맥스를 자른 단순한 조각에 아크릴물감으로 채색한 뒤 한층씩 올려 완성한단다.
슬쩍 심어놓은 ‘상상을 자극하는 형체’는 덤. ‘팝콘 브러시 #1’(Popcorn Brush #1·2022)은 한껏 부풀었다가 터진 팝콘을 형상화했다고 할까. 하긴 그게 뭐든 ‘경쾌한 붓자국을 걸친 진중한 색판’이 만든 공식은 그대로다. 평면과 평면을 더하니 입체가, 하나에 하나를 더하니 수십·수백이 되더라는 그 공식.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로147길 청화랑서 여는 개인전 ‘퍼포밍: 브러시’(Performing: Brush)에서 볼 수 있다. 혼합재료. 51×53×5.5㎝. 청화랑 제공.
| 하명은 ‘루나 브러시’(Luna Brush·2022), 혼합재료, 51×52×4.5㎝(사진=청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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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명은 ‘레드포인트 브러시’(Redpoint Brush·2021), 혼합재료, 85×95×5.5㎝(사잔=청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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