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2035년까지의 온실가스(탄소) 감축 목표를 담은 국가탄소중립감축목표(2035 NDC) 수립을 위해 막바지 의견수렴에 나섰다. 국제연합(UN) 제출 기한인 내년 3월을 3개월여 남겨놓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탄소감축의 핵심 수단인 화석에너지의 전기화와 늘어난 무탄소에너지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전력시장 개편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 한화진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공동위원장(앞 가운데)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가 11일 서울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탄소중립감축목표(NDC) 컨퍼런스’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탄녹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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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11일 서울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2035 NDC 컨퍼런스’를 열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2035 NDC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전제로, 2035년까지의 탄소감축 목표를 새로이 설정하는 작업이다. 전 세계는 2016년 파리협약(COP21)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중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국제사회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인다는 중간 목표(2030 NDC)를 세웠다. 2035 NDC는 자연스레 그 이상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무탄소에너지 공급 확대 기반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 등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산업 전반을 전기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늘어날 전력 수요를 원자력과 태양광, 풍력 등 무탄소에너지 발전 전력이 어디까지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현실적 목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부가 2021년 수립한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030 NDC). (표=환경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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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규 숭실대 교수는 “(석유·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게 효과적이지만 전력 수급에는 부담”이라며 “전기화 규모를 체계적으로 반영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탄소에너지 발전 전력을 늘리려면 전력공급의 안전성과 유연성 확보가 더 중요해진다”며 “에에 걸맞은 전력시장 개편과 전력망 구축에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배터리 화재, 국제적으론 공급망 문제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윤경선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는 “(2035 NDC 수립 과정에서) 최근 전기차 캐즘과 국내 자동차부품 산업 생태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승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물 부문의 총에너지 사용은 여전히 증가 추세”라며 “화석연료 퇴출과 전력화 기반의 탈탄소 에너지 공급 확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탈(脫)탄소를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 확충 필요성을 역설했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산업은 그 특성상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가 어렵기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는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방식 도입을 추진하는 등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 중이지만 적잖은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기후환경실장은 (정부 주도의) 저탄소 철강시장 창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기술개발실장은 유럽연합(EU)처럼 저탄소 시멘트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국헌 대한석유협회 지속가능경영실장은 자원 순환 활성화 등을 위한 정부 재정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화진 탄녹위 공동위원장은 “더 정교하고 (각계 의견이) 조율된 목표 수립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2035 NDC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수립되도록 지혜를 모아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