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경기가 끝나기 90분 전만 해도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는 선두 매버릭 맥닐리(미국)에 4타 차로 뒤지고 있었다. 그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오베리는 막판 6개 홀에서 버디 4개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을 일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시상식에서 그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넸다.
 | 타이거 우즈(왼쪽)와 루드비그 오베리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시상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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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리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 남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 달러) 마지막 날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으로 400만 달러(약 57억 6000만 원)를 획득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촉망받는 기대주였던 오베리는 2023년 6월 텍사스 공대를 졸업한 뒤 프로로 전향했고, 그해 9월 유럽 DP 월드투어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 11월 PGA 투어 RSM 클래식 정상에 오르면서 ‘차세대 황제’로 각광 받았다. 무릎 수술 여파 등으로 1년 3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2승째를 따낸 오베리는 세계랭킹 6위에서 4위로 오를 전망이다.
오베리는 지난달 이 골프장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가 갑작스레 위 바이러스 감염에 걸려 공동 42위로 순위가 급락했다. 오베리는 대회 기간 중 체중이 5kg 빠지는 등 도저히 경기할 몸 상태가 아니었던 탓에 대회 기권, 불참을 반복하다가 3주 만에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가 토리 파인스 골프장이라고 했던 오베리는 결국 이 골프장에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특히 ‘골프 황제’ 우즈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을 차지해 더 의미가 컸다. 우즈는 이 대회 호스트다. 얼마 전 어머니 쿨티다를 여읜 그는 장례식 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베리는 “우즈는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며 “우즈 영상을 보며 자라왔고 그가 출전한 모든 대회를 지켜봤다. 그가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한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즈는 오베리에게 직접 트로피를 건넸다.
이번 대회가 치러지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원래 대회장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인데, LA 지역을 덮친 최악의 산불 피해로 대회를 3주 앞두고 LA 인근 샌디에이고로 개최지를 옮겼다.
타이틀 스폰서인 제네시스는 대회 기간 동안 산불 피해를 돕기 위해 GV70·GV80 등 총 750만 달러(약 108억 원) 상당의 경기 운영 차량 100대를 주요 구호 기관에 기증했다. 또 대회 기간에 나온 버디·이글 하나당 300 달러(약 43만 원), 홀인원 하나에 1만 달러(약 1440만 원)를 적립하는 ‘버디 포 굿’ 이벤트를 진행해 약 28만 달러(약 4억 원) 구호 기금을 모았다. 차량과 모금된 기금은 캘리포니아 파이어 파운데이션 등 자선 단체에 전달된다.
지난 5일에는 주최자 우즈의 어머니 쿨티다가 별세했다. 원래 이 대회에 출전하려 했던 우즈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출전을 번복하고, 주최자 역할만 했다. 본 경기 전 프로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큰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손녀 카이가 참가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있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카이는 대회 마지막 날에도 우즈와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 (왼쪽부터)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부사장, 테드 멘지스테 제네시스 북미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우승자 루드비그 오베리,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사진=제네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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