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9년 10월 15일, 투병 중인 아내를 ‘간병살인’한 8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11형사부(부장판사 김상윤)는 투병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83)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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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8년 8월2일 오후 1시께 대구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아내 B(78)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이후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숨진 사실을 알렸다. 자녀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B씨의 목이 졸린 흔적을 확인, A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A씨는 범행 전 자녀들에게 ‘엄마 건강 악화로 나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자진해 엄마를 하늘나라로 모시고자 한다’, ‘자손에게 피해 없이 혼자 떠나야겠다’ 등 범행을 암시하는 메시지도 전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지난 4월 병원으로부터 말기 담도암과 시한부 6개월 선고를 받았다. 이후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해 몸무게가 37㎏까지 줄었고, 며느리에게 “나 좀 죽여달라”는 말을 하는 등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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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3개월가량 간병인도 없이 홀로 B씨를 간호해오다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이후 “암 투병 중인 아내의 간호가 힘이 들고 자식들한테 미안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피해자는 4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고 고도 치매를 앓아 거동이 불편해 피고인이 간호를 도맡아왔다”면서 “고령으로 심신이 쇠약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돌보다 한계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에 A씨와 검찰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지난 1959년 결혼한 두 사람은 주변인들에게 ‘잉꼬부부’라고 불릴 정도로 사이가 좋았고, A씨는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그동안 가족들을 잘 부양해 왔다. 이후 암 투병 중인 아내의 고통을 보다 못해,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본인도 상당한 고통을 받아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양측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또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보고 이를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