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딸 앞에서 살해된 엄마…범인은 “내가 죽도록 싫어?” [그해 오늘]

2023년 7월 17일 발생한 사건
피해자 A씨의 전 연인 B씨
지속적인 스토킹에 살인까지
유족 “교제폭력처벌법, 통과돼야”
  • 등록 2024-09-11 오전 12:00:02

    수정 2024-09-11 오전 12:00:02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1년 전인 2023년 9월 11일. 이른바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의 유족이 피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건은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54분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발생했다.

'인천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 A씨.(사진=유족 측)
피해자인 여성 A씨(당시 37세)는 출근을 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이때 A씨를 기다리고 있던 전 남자친구 B씨가 40cm 길이의 흉기로 A씨를 찔러 그를 살해했다.

당시 A씨의 “살려달라”는 외침에 뛰어나온 A씨의 모친과 A씨의 6살 딸이 범행 현장을 목격했고, B씨의 범행을 말리려 시도하던 모친도 심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리고 두달 여가 지난 9월 11일, A씨의 사촌언니는 온라인에 글을 게재하며 B씨의 엄벌에 대한 내용이 담긴 탄원서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사촌언니가 작성한 글에 따르면 과거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이 된 A씨와 B씨는 A씨의 소개로 같은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게 됐다. 그러나 B씨의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A씨는 결국 이별을 고했고, 이후부터 B씨의 끔찍한 스토킹이 시작됐다.

(사진=유족 측)
사촌언니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캡처와 사진 등에는 B씨가 A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정황이 상세히 담겼다. B씨는 A씨와 헤어진 뒤에도 사귀던 당시 찍은 사진을 자신의 메신저 프로필로 설정하거나 SNS 등에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A씨의 팔에 시커먼 멍이 들 때까지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 A씨가 “우리 헤어졌잖아. 제발 (사진) 좀 내려줘”라고 호소하자 B씨는 “넌 아니겠지만 나한테 너는 내 전부”라며 거부했다. A씨가 “저거 스토커”라고 말하자 B씨는 “아닌데?”라고 대꾸했다.

이 외에도 B씨의 위협적인 스토킹 정황은 다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19일 B씨를 교제폭력으로 경기 하남경찰서에 신고했고, 6월 2일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수사를 받던 6월 9일에도 A씨의 집 주변을 배회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인천 스토킹 살해 사건' 가해자인 30대 남성 B씨.(사진=연합뉴스)
인천지법은 6월10일 B씨에게 “피해자나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에는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내용의 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검찰은 체포된 B씨의 주요 죄명을 기존 ‘살인죄’에서 형량이 더 높은 ‘보복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한 뒤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에서 재판부는 B씨에 징역 25년을 선고했고, 지난 7월 열린 항소심에서 최종 30년이 선고됐다.

'인천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의 딸이 그린 그림.(사진=유족 측)
재판부는 1심보다 형량을 5년 더 늘린 데 대해 “피해자 어머니는 범행을 목격하고 막아보려고 했으나 못했고, 6세 딸은 피범벅 된 피해자와 할머니를 목격해 트라우마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심 공판 선고 뒤 A씨의 사촌언니는 기자회견에서 “이 재판을 끝으로 가장 허무한 것은 열심히 싸웠지만 동생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해당 사건을 “국가가 묵인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아까운 목숨이 사라져갔는지 생각해 제발 올해 안에는 교제폭력처벌법 법안이 통과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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