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남발 주주에 울상인 기업들…규정 미비로 속수무책

법무법인 태평양 경영권분쟁팀 변호사 인터뷰
공시제도 허점 이용한 소송 악용 사례 증가
기업 이미지·가치 하락에 직접 타격도
"공시규제 개선·경영권분쟁 정의 구체화 필요"
  • 등록 2025-03-10 오전 5:00:00

    수정 2025-03-10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서울중앙지법 제17민사부는 지난달 14일 주식회사 빅브라더스가 바이오 코스닥 상장사 스피어파워(현 아크솔루션스(203690))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취소 및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스피어파워의 손을 들어줬다. 빅브라더스 측은 스피어파워의 상환전환우선주와 보통주 발행에 하자가 있어 이를 통해 신주를 취득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도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빅브라더스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전환사채 발행이나 신주발행과 관련해 총 5건의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소권 남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빅브라더스 측이 ‘각종 소송 제기를 목적으로 피고의 주식을 취득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판결문에 덧붙였다.

법무법인 태평양 경영권분쟁팀의 이재욱(왼쪽부터)·배용만·전세영·김경수 변호사.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주주소송 증가…악용해 수익 창출 수단 삼기도

최근 공시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주주 소송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당한 주주 권리 행사는 보호받아 마땅하지만, 일부에선 이를 조직적으로 악용해 기업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송 제기권을 ‘수익 창출 수단’으로, 법원을 ‘수익 창출 플랫폼’으로 삼고 있단 지적이다.

법원은 최근 빅브라더스와 스피어파워 간 전환사채 발행 및 주주총회 결의 무효 소송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빅브라더스가 다수의 소를 제기했음에도 구체적인 위법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일부 소송은 심문 후 취하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스피어파워는 투자 유치 어려움으로 지난 2023년 5월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빅브라더스는 전환사채 발행 결정 이후 취득가액 10만원 가량의 주식 10주를 취득한 뒤 이를 문제 삼았다. 스피어파워가 전환사채 인수자들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배임적인 발행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스피어파워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소송 과정에서 회사의 자금 조달 필요성을 입증하는 한편, 부당한 저가 발행이 아니라는 점도 밝혀 승소를 이끌어냈다. 상대 측이 스피어파워 외에도 여러 건의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소권남용도 주장했다. 다만 법원은 소권 남용 주장을 제외하고 피고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소권 남용에 대한 판단에 신중을 기하는 사이 일부 악의적인 주주들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소송을 악용하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 정당한 주주 권리 행사와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상장사의 경우 소송을 당하면 이를 공시해야 하는데, ‘경영권 분쟁’이나 ‘횡령·배임’ 혐의가 포함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에서 부정적인 인식을 초래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 경영권분쟁팀의 배용만(45·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소송 제기 사실 자체로 인한 불이익도 분명히 있다”며 “여러 건의 소송이 동시에 제기되고 공시될 경우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소송 공시로 거래소의 직접적인 규제도 발생한다. 상장기업이 소송 제기를 받으면 당일 즉각 공시해야 하며, 소송의 종류에 따라 상장이 막히거나 시장 거래가 정지되기까지 한다. 배 변호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고 기업이 긴급한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대응이 지연될 경우 기업 가치도 저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분쟁’ 해석 모호…규정 재정비 필요

경영권 분쟁의 해석이 광범위해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측면도 있다. 전세영(46·34기)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법원에서도 사안마다 판단이 달라지고, 이로 인해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빅브라더스는 일반 주주의 입장에서 ‘전환사채’를 문제 삼으면서, 이것이 ‘경영권 분쟁’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욱(43·42기) 변호사는 “실제 소송 공시에 있어서 증권 발행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에 근거가 있고, 임원의 선임·해임·직무집행과 관련된 경영권 분쟁 소송은 코스닥시장 공시규정 등에 근거가 있어 별개의 카테고리”라며 “실무를 하다 보면 공시규정에서 말하는 경영권 분쟁 소송이 어디까지인지 범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에 소수주주권의 취지를 왜곡해 기업 경영을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경수(39·42기) 변호사는 “공시 규정상 기계적으로 소 제기만 되면 발생하는 규제에 대한 개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단독주주권(1주 이상 보유)으로 소송을 제기하려면 최소 보유기간을 두는 등 방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더해 기업 입장에선 국회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도 관심사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같은 분쟁을 심화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변호사는 “최근 경영권 분쟁은 과거보다 더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소수 주주들의 권리 찾기 및 주주 행동주의에 기반한 사례가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영상 특별한 문제점이 없더라도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주주운동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업은 소수주주 보호라는 대원칙 아래 후속 법적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경영권분쟁팀 이재욱(왼쪽부터)·전세영·배용만·김경수 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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