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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제비츠, 작전적 사고의 철학적 토대
‘전쟁론’에서 클라우제비츠는 ‘작전술’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전략과 전술 사이의 연결 고리를 성찰했다. 그는 전쟁을 ‘정치-전략-전술’의 층위로 설명하면서도, 실제 전쟁은 “전투들의 연속과 배열”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클라우제비츠는 작전을 전략적 범위내에서 결정된 육군의 기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작전선(Lines of Operations)은 단순한 이동로가 아니라 보급·통신·전략 목표를 잇는 생명선이라고 보았고, 중심(Center of Gravity), 즉 적의 힘을 지탱하는 중추를 타격해야 전쟁이 조기에 종결된다고 주장하였다.
전투나 작전에서 모든 자원과 힘을 집중할 결정적 지점을 선정하는 중점(Schwerpunkt)개념은 중심에서 비롯되었다. 모든 곳에서 조금씩이 아니라 주노력을 한 점에 집중하여 적의 약점을 돌파·붕괴시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독일군 참모본부의 전통속에서 전술 및 작전적 개념으로 구체화되어 훗날 독일군 장군들이 작전적 사고를 체계화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와 함께 독일은 역사적으로 사방이 강적에 둘러싸인 중앙에 위치했다. 그래서 “한꺼번에 둘을 상대하지 않고 순차 격파한다”는 원칙, 곧 내선작전(Interior Lines)이 사고의 뼈대를 이뤘다. 철도망을 활용한 빠른 집결 및 전개(보불전쟁), 한 전선의 힘을 다른 전선으로 시간으로 이겨 옮기는 사고는 이후 독일식 작전술의 기본 문법이 된다. 슐리펜 계획은 실패했지만, “중앙에서 좌우 전선을 오가며 병력을 집중한다”는 발상 자체는 독일군의 상수였다. 특히 헬무트 폰 몰트케는 실용주의자로서 그 시대 과학기술의 혁신, 철도망 활용 기동, 분진합격 등 독일군 작전적 사고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몰트케는 클라우제비츠 사상을 실제 교리로 구체화·실용화한 인물이었다.
임무형 지휘와 작전적 사고의 실현
통신이 제한된 19세기 유럽 전장에서 프로이센·독일군은 “임무만 제시하고 방법은 맡긴다”는 지휘철학, 임무형 지휘를 발전시켰다. 상급자는 임무와 목표만 제시하고 하급자는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실행하는 개념으로 지휘관의 의도를 이행하고 상황변화에 따라 독창적,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강조되었다.
또한 한스 폰 젝트는 1차 대전 패전 후 10만 명 제한의 독일연방군을 사고 중심의 정예군으로 재편, 임무형 지휘를 훈련·평가의 표준으로 굳혀 훗날 기갑·기동 지휘관들의 작전적 판단력의 토대를 닦았다.
슐리펜 계획(1905)은 전략적 목적과 전술적 수단을 연결하는 전역 단위의 작전 구상이었다. 비록 현실에서 실패했지만, 독일군이 20세기 초 이미 전역 단위 설계를 사고의 틀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1차 세계대전 시 침투전술의 실험으로 교착 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침투전술(Stormtroop tactics)이 개발되었다. 소규모 정예부대가 적 전선을 우회·침투해 지휘·포병·통신망을 마비시키고, 주력이 종심으로 진입해 전선을 붕괴시키는 방식이다. 에리히 루덴도르프는 1918년 봄 공세에서 이를 대규모로 적용하였다. 이는 전술적 혁신을 전역효과로 연결하려는 작전적 사고의 실험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시 작전적 사고는 전격전(Blitzkrieg)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침투전술은 전차·항공·무선통신과 결합해 전격전으로 진화했다. 하인츠 구데리안은 ‘Achtung-Panzer!, 전차 앞으로’에서 기갑·무선·항공 결합을 주장, 속도·집중·연속성을 실행철학으로 제시했다. 에리히 폰 만슈타인은 1940년 프랑스 전역에서 아르덴 숲 우회, ‘낫질(Sichelschnitt)’ 구상으로 결정적 돌파-종심 기동-후방 마비의 작전을 설계하였다. 전격전의 본질은 정면 소모를 피하고, 종심 기동으로 적의 중추를 무너뜨려 단기간에 전쟁을 종결하는 것이었다.
독일군은 전술·작전 수준에서는 탁월했지만, 전략·정치와의 결속은 취약했다. 2차 세계대전 시 소련 전선의 광대한 종심과 산업력 앞에서 전격전은 소진되어 ‘전투는 이겼지만, 전쟁은 졌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결과적으로 독일군 총참모부는 작전적 지휘만을 중시하고 전략적 상황을 간과한 패착이 있었다. 이것은 작전술이 전략과 결합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오늘날 독일군은 과거 전격전과는 다른 작전적 사고를 가진다. 먼저, 임무형 지휘(Auftragstaktik), “목적은 위에서, 방법은 현장에서”라는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둘째, 합동·다영역·다국적이다. NATO 교리 속에서 사이버·우주·전자전을 통합한 다영역작전을 지향한다. 셋째, 안정화지향이다. 해외 파병이나 위기관리에서 국제법과 정치 제약을 전제로 억제·안정화 작전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내적지휘(Innere Fuhrung)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연방군의 정체성을 규정한 철학으로 군인을 ‘제복 입은 시민(Burger in Uniform)’으로 규정하고, 헌법 가치와 군사 전문성을 결합한 개념이다. 2차 세계대전의 정치적 및 도덕적 실패를 반성하며, 군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틀 안에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들었다. 내적지휘는 단순한 정치적 통제원리가 아니라, 현대 독일군 작전적 사고의 윤리적 기반이다.
독일군의 작전적 사고에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제한된 지정학적 여건을 장군단들이 어떤 과정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했는가이다. 클라우제비츠로 시작하는 작전선과 중심개념, 몰트케의 내선작전, 철도 기동, 작전적 사고의 제도화, 폰젝트의 임무형지휘 제도화, 장교단 사고 근육 향상, 루덴돌프의 침투전술, 구데리안/만슈타인의 전격전 수행 등은 고민과 몰입의 산물이다.
임무형 지휘와 중점개념은 독일군 작전적 사고의 핵심원리이고, 내적지휘는 전후 독일군의 군사윤리 및 정체성 원리이다. 한국군도 임무형 지휘를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근본적인 지휘 토양을 바꾸어야 한다. 참모교육, 평가, 진급 전 과정에서 창의적 자율을 적용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등 조직문화를 개선해 현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한반도의 좁은 전장을 고려했을 때 독일식 내선사고는 여전히 중요하다. 독일군의 한계에서 교훈을 얻어 전술 작전적 성과가 전략·정치적 효과로 이어지도록 국가적 종합설계도 필요하다. 최근의 계엄 사태에서도 보듯이 작전적 사고를 정립할 때 독일의 내적지휘 개념도 연구하여 적용함으로써 군이 거듭나야 한다. 이제 정말 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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