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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세종대왕의 이름을 빌려 국민의 정당한 사법개혁 요구를 ‘왕권 강화’로 매도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달 24일 “조희대의 세종대왕 끌어다 쓰기는 자기 죄를 덮기 위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의 발언은 A4 용지 기준 8페이지에 달하는 개회사 중 행사의 첫 세션 주제 ‘뿌리 깊은 법치: 지속 가능한 정의를 위한 사법의 길’ 코너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온 것으로, 즉석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었다. 행사를 준비한 대법원으로서는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9년 만에 개최한 국제 학술대회의 핵심 메시지는 외면당한 채 대법원장의 말이 정치권의 공격 재료로 소비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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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행사에 세종이 뜬금없이 왜 나오냐’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세종의 법사상은 법학계에서 깊이 주목받아 온 연구 주제다. 세종은 한글 창제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또 다른 면모인 ‘재판관으로서의 세종’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 세종은 탁월한 재판관이었고 그의 판결과 법적 개혁은 조선 법제의 근간을 형성했다. 조 대법원장이 중국·일본·싱가포르·필리핀·호주·그리스·이탈리아·라트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몽골·카자흐스탄 등 세계 각국 법조인 앞에서 세종을 이야기한 이유다. 행사 당일 조 대법원장은 준비된 프리젠테이션(PPT)을 통해 17개 자음과 11개 모음 등 28개 글자로 창제된 훈민정음의 원리를 직접 소개했다.
조 대법원장의 세종 사랑은 법원 안팎에서 굉장히 유명한 얘기다. 지난 2013년 10월 대구지방법원장 재임 시절 그는 ‘알기 쉬운 판결서 작성을 위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쉬운 법률용어 사용과 판결서 작성은 국민에 대한 당연한 의무이고 법원의 신뢰 회복을 위한 국민과 소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종의 한 일화를 소개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훈민정음 창제 1년 전인 1432년 11월 7일 세종은 형법을 한자를 우리말 형식으로 표기하는 이두(吏讀)로 바꿔 반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조판서 허조는 “간악한 백성이 율문을 알게 되면 죄의 크고 작은 것을 헤아려서 두려워하고 꺼리는 바가 없이 법을 제 마음대로 농간하는 무리가 일어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에 세종은 “백성으로 하여금 알지 못하고 죄를 짓게 하는 것이 옳겠냐, 백성에게 법을 알지 못하게 하고 그 범법 한 자를 벌주게 되면 조사모삼(朝四暮三)의 술책에 가깝지 않겠는가”라며 허조를 꾸짖었다.
당시 백성은 한문으로 된 법전의 내용을 알지 못해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은 백성이 죄를 모르고 범하는 잘못으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 체계를 창제했다. 이는 법령의 홍포(弘布, 널리 알림), 즉 효과적인 법령의 고지를 통해 범죄를 방지하고 백성의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고자 한 민본주의적 조치였다. 이두를 써서 한자로 된 법전을 역주하는 등의 노력도 있었지만 이두는 점차 백성과 간극이 벌어지고 서리(하급 관리) 층의 전문용어로 굳어졌다. 이에 세종은 백성이 안심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최소한의 금령(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령)만이라도 어기지 않도록 새로운 문자를 창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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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죽은 자가 지하에서 원한을 품지 않고 산 자 역시 마음속에 한탄을 품음이 없게 하는 것’을 재판의 목표로 삼았다. 이 같은 원칙은 1431년(세종 13년) 전국 관아에 내린 ‘휼형교지(恤刑敎旨)’에 담긴 ‘옥송8칙(獄訟八則)’에 집약돼 있다.
교지에서 나오는 ‘법 맡은 관리가 지켜야 할 7가지 원칙’은 오늘날 법조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을 준다. 세종은 재판관들에게 △자기 의견에 구애되지 말고 △들은 말을 그대로 믿지 말고 △남들을 따라 부화뇌동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오랜 인연이나 옛날 방식에 얽매여 머뭇거리지 말고 △죄수의 쉬운 자백을 기뻐하지 말며 △판결서를 서두르지 말고 △다방면으로 사안을 따져보고 되풀이해서 구해낼 방도를 찾으라고 강조했다.
세종은 법전 편찬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1422년 ‘속육전(續六典)’의 편찬을 위한 육전수찬색(六典修撰色)을 설치해 법전 편찬에 착수했다. 1433년에는 ‘경제속육전’을 완성했다. 또 중국의 주석서를 참고해 우리 고유의 주석서인 ‘대명률강해(大明律講解)’를 편찬했다. 기계적 적용이 아닌 조선의 현실을 고려한 법제 구축에 힘쓴 결과 세종 17년에 이르러 법전의 정비 사업이 완결됐다.
세종은 공정한 재판 후 엄정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종 시대의 사죄(死罪,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 판결 기록을 보면, 세종은 32년 재위 기간 동안 연평균 32건의 사죄 판결을 내렸다. 이는 정조 때(연평균 93건)보다 적은 수치지만, 세종이 사죄 사건에서 감형 판결을 내린 경우는 71건으로 13%에 불과했다. 반면 정조는 사형에 해당하는 전체 범죄 1112건 중 36명(3.2%)만 최종적으로 사형을 선고했고, 대부분 감형(44%)이나 석방(30.8%) 했다.
특히 세종은 공권력에 저항하거나 고위공직자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 더욱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권력자에게 더 큰 책임을 요구한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후 체포를 거부한 이준경, 김독동 등이나 체포에 항거하다 살인한 사노 와도처럼 공권력에 저항한 경우 대부분 참형에 처해졌다. 세종의 이러한 엄정한 접근은 억울함 없는 공정한 재판 과정을 전제로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려는 노력이었다.
무엇보다 세종은 “법은 천하의 공기(公器,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이용하는 도구)로 국왕도 법 아래에 존재해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실천했다. 국왕이 법의 집행자임과 동시에 법을 준수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법 앞의 평등’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그가 추구한 ‘억울함 없는 판결’, ‘인권 존중’, ‘법 앞의 평등’은 현대 사법 제도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조 대법원장, 지난해 첫 해외 순방서도 세종 업적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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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0월 첫 해외 순방으로 제19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해 세종의 법치주의에 관한 연구 성과를 세계 각국과 공유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은 당시 폐회식 연설에서 세종의 법 정신에 관한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상호 협력하는 것이 범 국제적 차원에서 법치주의와 정의를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또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한 성과를 기반으로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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