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방문한 충북대병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병원 로비엔 오가는 환자가 많지 않았고 큰 병원 특유의 북적이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공의가 이탈하면서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줄었기도 하지만 경증 환자가 동네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충북대병원 내 한 진료과에서 외래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원래부터 인기 많은 교수는 중증 환자가 몰렸는데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하루 진료 가능한 환자 수도 줄었다”면서 “예전에도 경증환자는 동네병원으로 진료를 되돌려보냈는데 요즘은 아예 경증환자 진료는 꿈도 못 꾼다”고 했다. 표면상으로는 지방 상급종합병원을 강화해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려는 정부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전체 환자가 줄면서 수술실과 병실도 절반 정도가 비어 있다. 다행히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질환 위주로 치료하게끔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경영 지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 경영지표가 다소 호전되고 환자도 약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응급실 또한 평일 오전임을 고려해도 환자가 많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충북대병원 교수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정부가 가벼운 질환은 동네 병원을 이용하게끔 계속 안내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게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다만 충북대병원의 야간 응급 환자 대응력은 전공의 사직 이후 급격히 줄었다. 충북대병원 내과는 현재 세부 진료과를 가리지 않고 통합 당직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당직하는 의사가 담당하는 세부 질환이 아닌 중증환자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이 안착하려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내가 안정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큰 편이었다. 지병으로 2년째 충북대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송 모씨(55세·남)는 지난해 진료담당 의사가 바뀌었다. 다행히 새로 온 의사가 진료를 인계받아 병원을 바꾸는 일 없이 계속 진료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전공의 사직으로 피해당했다고 주장하며 현재 상황을 불안해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로 치료한다는 인식이 아직 퍼지지 않은 점도 숙제다. 기자가 만난 충북대병원 환자 모두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위주 병원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대병원을 찾은 환자 대부분은 기자에게 ‘큰 병원 가라고 해서 여기로 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