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중추인 첨단 전략산업들이 ‘퍼펙트스톰’에 직면했다. 중국이 배터리, 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까지 위협하고 있고, 미국은 트럼프 2기 출범 직후부터 관세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어서다. 미중 패권 전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전례 없는 복합위기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데일리는 12일 전략산업 퍼펙트스톰 위기를 진단하고자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이동욱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안기현 반도체협회 전무를 긴급 인터뷰했다.
가장 위기감이 큰 곳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그나마 한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는 ‘최후의 보루’인데, 이마저 위험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D램과 낸드플래시에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넘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올해 말 D램 시장점유율 전망치는 12%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3강 과점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안기현 전무는 “한국 반도체 50년 역사에 가장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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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트럼프 2기 출범 직후부터 예상을 넘어선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추후 보조금 불학실성까지 감안하면, 한국 전략산업들이 말 그대로 사면초가 신세에 몰릴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이번 복합위기를 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안기현 전무는 “(주 52시간 예외 규정을 통해) 연구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반도체특별법 등의 처리를 당부했다. 박태성 부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처럼 배터리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에 생산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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