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무관하게 ‘쌀 생산 감축’ 유도…농가 소득 안정제도 뒷받침해야

野, 정부에 ''양곡법 개정안'' 대안 제시 요구
이달 중 대안제시 않으면 재추진 의지도 보여
가격 정책 반대하는 정부선 대안마련 소극적
재배면적 조정제 동력 약화까지…쌀값 폭락 재연 우려
  • 등록 2025-02-05 오전 5:05:00

    수정 2025-02-05 오전 5:05:00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달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세 번째로 폐기된 이후 쌀값 관련 논의가 답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안을 마련하겠다던 정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고, 그간 법 개정을 밀어붙이던 야당에서도 정치 혼란 속 논의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농가 반발 등 난관에 부딪히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책은 당장 합의도 어렵고,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기존의 농가 소득안정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을 통해 농가들의 쌀 재배면적 감축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양곡법 대안’ 논의한다지만…정부도 국회도 책임 회피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두 번이나 양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적절한 대안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달 중 양곡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양곡법을 반대하기만 할 뿐 대안 마련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부처 간 협의를 이유로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가격 지지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쌀 매입 의무화를 차치하더라도, 어떤 대안이든 야당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가격 지지에 대한 내용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 따라서 민주당에서 압력을 넣기 전까진 대안 제시 자체를 미룰 공산이 크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에서 양곡법을 다시 강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정치적 쟁점 법안도 많은데다, 법안을 발의할 명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속적으로 떨어졌던 쌀값은 11월 15일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소폭 올랐다. 또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모두 역전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미 세 번이나 폐기된 법안을 재차 단독으로 밀어붙이긴 쉽진 않다는 평가다.

이 같은 이유로 내부적으로도 법안은 후순위로 밀린 분위기다. 한 야당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 소관 상임위에서조차 양곡법 후속 논의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정부와 국회 모두 책임을 회피하며 양곡법 대안 마련은 흐지부지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재배면적 조정제도 동력 약화

정부가 내놓은 쌀 수급 대책은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이 빠졌다. 농가의 거센 반발은 물론, 탄핵 정국 속 새 정부가 들어서면 쌀 정책이 또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올해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해 8만ha를 감축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작년 쌀 생산량에 따라 지자체별로 줄여야 할 할당 면적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가별로 ‘감축 면적 통지’ 및 미참여 농가의 공공비축미 배정 제외 등 방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강제 감축’을 둔 농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농가별로 개별 통지는 하지 않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계획을 마련하도록 선회했다. 공공비축미 배정도 농가 단위가 아닌 지자체 단위로 적용키로 했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기존의 재배면적 감축 정책과 차별성이 없어 감축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일한 인센티브인 공공비축미 배정도 농가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정권마다 쌀 정책이 계속 바뀐 점을 고려할 때 조기 대선 가능성이 불거진 현재 농가 참여율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 과잉 방치 땐 농가 피해 불 보듯 뻔해…현재 제도 속 해법 찾아야

공급 과잉이 이대로 방치되면, 올해도 쌀값 폭락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게 된다. 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올해 정부가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로 제시한 8만ha를 달성하지 못하면, 식량 작물 생산액이 1년 전보다 0.8% 줄고 평년과 비교하면 3.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 총생산액이 작년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당장 합의가 어려운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기보다는, 현재 제도 속에서 농가 소득 안정성을 강화하면서 농가들의 쌀 생산 감축을 독려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종인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는 “정책을 자주 바꿀수록 농정 신뢰도가 떨어져 생산 감축은 더 어려워진다”며 “현재 추진 중인 쌀 감축은 정권에 상관없이 강하게 추진한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직불금, 재해보험 등 농가 소득 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쌀 가공품·전통주 등 새로운 쌀 수요처를 발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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