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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의 작전적 사고는 단순한 전술 기법이 아니라, 광대한 영토와 반복된 침략 경험이 빚어낸 생존 전략이었다. 유럽과 아시아로 열린 평원, 장기 소모를 감당할 수 있는 산업·인구 기반은 공간을 시간으로 바꿔 종심에서 전세를 역전하는 발상을 만들었다. 이는 훗날 세계 최초의 ‘작전술’(Operational Art)로 이론화된다.
대조국 전쟁과 이론의 현실화
1920~30년대 소련은 작전술을 학문화했다. 소련의 군사이론가 알렉산드로 스비친(1927)은 전략-작전-전술의 3단계로 구분하고, 작전을 전략과 전술을 잇는 중간 사고로 정의하였다. 블라디미르 트리안다필로프(1930)는 ‘현대 전쟁에서 작전의 본질’에서 종심작전(Deep Operations) 이론을 창시하였고, 투하쳅스키는 기계화·항공·포병을 결합한 대규모 종심 돌파를 실험하였다. 이들은 숙청으로 제거되었지만, 그들의 사고는 2차 대전 속에서 살아 남았다.
이와 함께 소련의 전략적 전술적 기만전술은 ‘마스키로프카’라고 알려져 있고, 20세기 초부터 발전된 군사교리로서 모든 군사계획 및 시행에 있어 자리매김하였다.
대조국 전쟁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1942~1943)는 시가지 종심방어와 포위개념을 실천한 사례로 단순 방어가 아닌 시가지 종심유인, 예비대 집중, 포위섬멸을 통해 동부전선 주도권을 확보하였다. 소련군에게 ‘도시’는 지켜야할 목표가 아니었다. 전략적 시간을 벌기위한 작전 공간이었다. 이러한 시가전은 독일군의 전격전 리듬을 마비시켰고 소련군은 예비병력을 집중하여 포위섬멸에 성공했다. 이는 스비친과 필로프가 말한 전략적 수준에서의 작전의 연계가 현실에서 입증된 사례였다.쿠르스크 전투(1943)는 방어적 종심작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련군은 독일군의 대규모 기갑공세를 예상하고 200㎞에 달하는 다층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전술적 방어가 아니라 적의 공세를 흡수하고 예비대의 반격으로 전역의 균형을 전환시키는 종심운용이었다. 결국 독일군은 기동력을 잃고 소모되었으며 소련군은 전선 전체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기회를 잡게되었다. 이 전투는 종심방어, 예비대 운용, 역공의 구조가 실전에서 완성된 사례로 훗날 냉전기 방어형 종심작전의 모형이 되었다.
냉전기 교리의 확장과 게라시모프 이론
냉전기 소련군은 바르샤바조약군 체제에서 대규모 종심돌파 교리를 발전시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선을 단숨에 붕괴시키는 시나리오였고, 미국의 ‘공지전투’(Airland batte) 개념은 이에 대한 대응 교리였다. 소련 해체 후 러시아군은 체첸전에서 도시전·게릴라전에 고전했다. ‘국지전’ 개념에 집중하며 전력 투사는 제한되었다.
2010년대에는 군사이론가 세르게이체킨 및 세르게이 코로첸코 등과 러시아 총참모부 산하(게라시모프) 군사아카데미 연구진 등이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융합하여 적의 정치·사회·경제·심리를 동시에 타격해 무력사용 이전에 전쟁목표를 달성하는 ‘신세대전’(New Generation Warfare) 담론을 공식화했다. 통상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하이브리드전을 구사한다고 분석하는데, 사실 러시아 자국 내에서는 신세대전이라고 칭하는 사고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는 단기 속전으로 우크라이나 키이우 점령을 노렸으나, 다축공세와 대대전술단(Battalion Tactical Group·BTG) 운용 실패, 정보 오판으로 전략적 주도권을 상실했다. 이후 러시아군은 속도전에서 소모전, 능동방어로 전환했다. 지뢰, 참호, 예비대를 종심으로 배치한 계층방어를 위해 수로비킨 라인,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 자폭드론, 란셋, 정찰드론을 결합시켰다. △정찰-타격-지휘를 통합운용한 드론전 △GPS, 통신 교란으로 우크라이나의 정밀타격을 차단하는 전자전 △사이버·정보·에너지·여론 등을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전이 소모전 및 능동방어의 수단이 되고 있다. 여기서 능동방어는 미군의 개념(공세적 방어)과는 다른 경제·정치·심리 영역까지 포함한 장기 소모전적 방어 사고이다.
현대 러시아군 작전적 사고의 상징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이론이다. 그는 2013년 기고문에서 “현대전은 군사 40%, 비군사 60%라 규정하며 사이버·심리·여론·경제를 융합한 종합전쟁체계를 제시했다. 이는 푸틴 시대 러시아가 NATO와의 장기대립을 상정한 신냉전적 체제 사고의 기반이 되었다. 즉 군사와 비군사의 경계 붕괴, 비대칭 수단의 결합, 비선형 전쟁으로 평시와 전시의 구분이 무의미하며 항상 전쟁 중이라는 사고로 표현된다.
한국군에 주는 교훈
소련군은 세계 최초로 작전술을 이론화했고, 대조국 전쟁과 냉전에서 종심전투로 교리화했다. 러시아군은 이를 계승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속전 구상은 실패했다. 그러나 이후 능동 방어·드론전·하이브리드전으로 사고를 전환하며 적응했고, 게라시모프 이론을 통해 군사와 비군사를 아우르는 신냉전적 사고체계로 확장했다. 러·우전쟁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작전적 사고를 면밀히 분석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한국군은 이 과정들을 교훈삼아 한반도 전장환경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
우선, 전략과 전술사이의 작전적 사고체계를 조기에 정립해야한다. 예를 들면, 소련의 종심작전이 공간 중심이고 미국의 네트워크전은 정보 중심이듯이 한국형 작전적 사고는 시간중심으로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즉 사고체계의 속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러·우전쟁에서 도출된 드론전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부합한 전쟁양상을 고려하여 작전적 사고를 진화시켜야 한다. 드론을 제2의 포병으로 제도해 대량·저가·지속 운용이 가능토록 해야한다.
셋째, 신세대전 또는 하이브리드전에 대비하면서 역으로 사이버·에너지·여론 영역 등을 군사작전 계획에 포함해서 준비해야 한다. 결국 러시아군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작전적 사고란 실패와 반성, 적응과 재구성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장교단의 신념체계다. 신념에서 전문성이 나온다. 여태껏 미흡했다면 지금부터 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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