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한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 설루션 기업 올거나이즈가 이르면 올 하반기 일본 증시 상장을 앞둔 가운데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등도 법인 설립 이후 현지 기업들과의 교류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은 올거나이즈다. 2017년 미국에서 설립한 올거나이즈는 일본 사업이 급격히 성과를 내면서 2022년 일본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일본 거주 경험이 있는 이창수 대표의 현지 맞춤형 영업전략이 맞어떨어지면서다.
 | 올거나이즈의 알리 에이전트 빌더(이미지=올거나이즈) |
|
올거나이즈는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의 올인원 LLM 플랫폼 ‘알리’(Alli)를 공급하고 AI 에이전트 기능 확대로 신규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거나이즈의 기업 고객 300여개사 가운데 일본 고객은 노무라 증권과 미쓰비시 케미컬, 도쿄메트로 등 약 60%에 달한다. 일본 정부의 AI 활용 촉진 정책과 맞물려 현지 기업들이 생성형AI와 LLM을 활용한 인공지능 전환(AX)을 서두르면서 올거나이즈도 고객사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올거나이즈는 연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증시는 예비심사 신청 준비기간이 상당히 길고 기업 정보에 대한 정교한 사전 검토를 요구한다”며 “하반기 예비심사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벨리온도 지난 3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NTT도코모 등 현지 통신업계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가 KT(030200)와 SK텔레콤(017670)이고, 이들과 협력해온 만큼 통신사 데이터센터 경험이 많다는 점을 살리고 있다. 리벨리온은 NTT도코모의 연구개발(R&D) 자회사 도코모 이노베이션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데이터센터향 AI 반도체인 아톰 칩의 공동 테스트 및 AI 가속기 기술 검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이미지=리벨리온) |
|
업스테이지도 지난 3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현지 공략에 나섰다. 파나소닉과 아마존웹서비스(AWS) 출신의 마츠시타 히로유키 일본 법인장을 영입, 현지 인력들로 법인을 구성했으며 일본 스타트업 카라쿠리와 함께 일본어에 특화된 LLM ‘신’(Syn)을 공동 개발·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실용 AI기업 ‘무하유’도 하반기 일본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무하유는 AI 기술을 활용해 표절과 출처 미표기, 중복 게재 등 검토 작업이 가능한 ‘카피킬러’로 유명하다. 일본에서는 2020년 카피모니터를, 2024년 GPT킬러 재팬을 출시했다. 현재 카피모니터의 일본 고객사는 80여곳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2021년보다 2.2배 증가했다.
일본은 앞서 정부가 2030년까지 반도체와 AI 분야에 10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해외인재 유치와 정부 차원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구입 등의 적극적인 AI 전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AI 관련 기술 연구개발 및 활용 추진에 대한 법률안이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되는 등 AI 도입과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AI 서비스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라며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들이 이곳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