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매매 신고 맡겼다가'…대구 신축개발에 50명 과태료 폭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말 김 씨는 대구 수성구청으로부터 토지 실거래가를 허위로 신고했으니 과태료 수천만 원을 내야 한다는 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문제가 됐던 것은 2021년 토지 거래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반건설은 대구 수성구 황금동 일대에 아파트·오피스텔을 짓는 신축 공사를 추진 중인데 시행사인 크로스일사삼홀딩스는 그 당시 김 씨와 황금동 토지를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 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크로스일사삼홀딩스에 토지를 39억원에 매도했고 도장도 중개업소에 맡겨놨으니 매매 신고는 중개업소에서 알아서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뒤늦게 토지 실거래가 신고서를 확인해보니 계약서 작성일이 실제와 다르게 신고됐다. 김 씨는 시행사의 허위신고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수천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생겼다.

대구 수성구 황금공 ‘호반써밋골든스카이’ 조감도

민간개발업자(시행사)가 신축 공사 등을 위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토지 실거래가 신고를 허위로 작성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축 개발을 위한 토지 매입이 대략 1년 가량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실거래가가 공개될 경우 토지매매 협상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토지 매매가 상당 부분 이뤄진 후로 실거래가 신고를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를 미루다 보니 지연 신고에 따른 과태료 부담이 따르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계약일 자체를 가짜로 신고하면서 과태료 부담이 수십 배로 늘어나게 됐다.

시행사, 실거래가 숨기려 계약일 가짜로 신고

12일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크로스일사삼홀딩스(시행사)가 대구 수성구 황금동 851번지 일대에 ‘호반써밋골든스카이 아파트·오피스텔’을 신축 공급하겠다며 2020~2021년 맺었던 토지 매매 계약 중 50건의 계약이 김 씨와 같이 계약서 작성일을 허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성구청은 이를 토지 실거래가 허위 신고로 보고 매수자, 매도자 양측에 대해 각각 거래대금의 2%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매수자, 매도자가 부여받게 될 과태료는 대략 총 60억원 규모다. 크로스일사삼홀딩스는 매수자로 전체 과태료의 절반 가량을 부담하게 된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토지 등 부동산 매도자와 매수자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구청에 토지의 매매 금액, 평단 단가, 계약일 등의 실거래 정보를 신고하도록 돼 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통할 경우엔 부동산 중개인이 신고하고 직거래의 경우 매도자, 매수자에게 모두 신고 의무가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통상 민간개발업자가 토지를 매입하는 경우엔 시행사가 주관해서 매도자의 도장을 미리 받거나 위임장을 받아놓고 실거래가 신고를 한다”며 “토지 매도인이 알지 못하게 실거래가 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 씨에 따르면 실제 계약서 작성일은 2021년 4월 29일인데 신고서상의 계약일이 2021년 11월 25일로 돼 있다. 신고 당일인 2021년 11월 26일보다 하루 앞선 날짜에 계약한 것으로 꾸민 것이다. 계약일을 실제 날짜대로 신고했으면 단순 지연 신고에 해당돼 과태료 300만원(3개월 초과해 지연 신고·거래가격 5억원 이상)만 내면 되는데 시행사이자 매수자인 크로스일사삼홀딩스가 계약일을 허위로 신고해 과태료 부담이 수천만 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민간개발업자, 실거래가 공개 피하려 ‘허위 신고’ 소지 다분

크로스일사삼홀딩스가 실거래가를 신고하면서 계약일을 6개월이나 늦게 허위로 작성한 것은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실거래가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함으로 추정된다. 2021년 4월 29일 이뤄진 토지 매매계약은 30일 이내인 5월말까지 신고돼야 했으나 그럴 경우 일주일 만에 실거래가가 공개되니 실거래가 신고 시기를 토지 매매계약이 상당 부분 체결된 6개월 뒤 쯤으로 미루고, 이에 맞춰 계약서 날짜도 허위로 조정한 것이다.

김 씨는 “개인과 개인간의 실거래가 거래는 계약일 한 달 이내에 신고하지만 개인과 시행사 등 기관과의 거래에 대해선 실거래가 신고 기간을 유예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현 체제에선 시행사가 실거래가를 공개하지 않으려 계속해서 허위 신고를 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번 허위 신고는 국토교통부 모니터링 결과 황금동 일대의 토지 거래당 평균 단가가 크게 차이가 나면서 드러나게 됐다. 그러나 실거래가 허위 신고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허위 신고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반건설은 작년 황금동 신축 개발공사와 관련 크로스일사삼홀딩스의 40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 책임 준공 및 미이행시 채무인수 확약 등에 나섰다. 2027년 8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해당 사업은 착공하지 못한 상황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과태료는 시행사(크로스일사삼홀딩스)가 알아서 대응할 것”이라며 “대구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보니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크로스일사삼홀딩스측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