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공지유 조민정 기자] 중국은 이미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에서는 한국을 넘었다는 평가가 많다. ‘최후의 보루’ 반도체 역시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 왔다. 한국 경제의 중추인 첨단 전략산업들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셈이다.
 | 반도체 칩.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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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지난해 말 최신 D램 제품인 DDR5를 개발해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형 D램만 만들던 CXMT가 인공지능(AI) 서버 등에 들어가는 첨단 D램까지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CXMT는 16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기술로 DDR5를 양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DDR5 D램 수율이 아직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한국이 DDR5를 출시한 지 4년 만에 CXMT가 독자적으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중국이 DDR4를 추격하는 데 6년이 걸렸는데, 그 추격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쓰진 못한다. 구형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로 DDR5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CXMT가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4%에 불과했던 CXMT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6.0%까지 상승했다. 올해 3분기에는 10.1%, 올해 말에는 12%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과 중국 내수를 등에 업은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있다. “한국 반도체 50년 역사에 가장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중국 배터리 산업은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며 중국 CATL의 점유율은 확대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ATL(37.9%)과 BYD(17.2%) 두 기업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중국 포함)은 55.1%로, 이미 전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배터리 채택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가격을 무기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3년 전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기업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은 LCD에서 손을 뗐다. 기술력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마저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