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작전적 사고의 진화…공지전투에서 다영역작전으로[김정유의 Military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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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군의 작전적 사고
  • 등록 2025-09-27 오전 8:00:00

    수정 2025-09-27 오후 1:25:08

김정유 장군은 육군사관학교 44기로 임관해 군 생활 대부분을 정책 부서가 아닌 야전에서 보낸 작전 전문가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처장, 제17보병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등을 역임하고 2021년 육군 소장으로 전역했다. 이 연재는 필자가 대한민국 군에 몸 담고 있는 동안 발전시키지 못했던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 부재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 20회에 걸쳐 미국·독일·이스라엘·일본의 작전적 사고 사례를 차례로 검토하고, 한국의 고대·현대 사례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논증할 예정이다. 국가별 작전적 사고를 비교·분석해 미래전 양상에 부합한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를 제안한다.<편집자주>



필자는 합참과 연합사에 실무장교나 장군처·부장으로 근무할 때마다 과연 미군의 작전적 사고는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미군에게 여러번 물어보기도 하였다. 미군의 작전적 사고는 책상 위에서 태어난 개념이 아니다. 전쟁 경험이 교리를 낳았고, 교리는 다시 지휘관의 사고를 키우며 진화해왔다. 그리고 시대변화에 따라 미군의 작전적 사고를 정립하고 진화시키며 발전시킨 데에는 사람이 있었다.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독립전쟁(1775~1783)에서 조지 워싱턴은 열세의 정규군으로 영국군과 ‘결전 한판’을 피했다. 그는 병력을 보존하고 기동과 지연으로 시간을 벌며, 외교로 프랑스 개입을 이끌어 전쟁의 판을 바꿨다. 단일 전투의 승패가 아니라 전쟁 지속과 국제정치 효과를 설계한 전형이다. 남북전쟁(1861~1865)에서 북군의 그랜트는 여러 전역에서 동시공세를 전개해 남군의 총체적 역량을 소진시켰다. 셔먼은 ‘바다로의 행군’으로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사회 기반과 의지를 타격하여 남군의 전쟁수행능력과 의지를 말살하고 초토화시켰다. 이는 전술의 나열이 아닌 전역 단위 효과를 설계한 사고였다.

미서전쟁과 필리핀 전쟁을 거치며 미군은 원정·상륙과 장거리 병참의 감각을 익혔다. 이어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연합군과 협조하며 대규모 병참·전역 지휘를 체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오버로드)과 태평양 도서 점령(아일랜드 호핑)은 합동·연합 차원의 전역 구상을 정교화한 경험이었다. 한국전쟁에서는 낙동강 방어선으로 공간 압축과 시간 획득을 보여주고, 인천상륙작전으로 종심 기동의 전형을 제시했다. 반면 베트남전쟁은 전술 승리가 전략적 효과로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드러내며, ‘전략·전술 사이의 작전적 수준(operational level)’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남겼다.

공지전투와 네트워크 중심전

이러한 전쟁 경험의 연장선에서 1970년대 후반 미 육군은 교리를 재건한다. 미 육군 TRADOC(Training and Doctrine Command) 초대 사령관 윌리엄 E. 듀푸이는 베트남전 패배 이후 교육훈련 개념을 정립하고 교육사와 전략사의 협업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육군과 공군간 협조체제를 제도화하여 합동성을 강화하였다. 교리로는 ‘적극방어’(Active Defense)를 정립했는데 이는 후일 공지전투(Airland battle)의 기초가 되었다. 듀푸이의 공헌은 조직, 교육, 교리체계의 기반을 닦은 것이다.

뒤이어 TRADOC 2대 사령관 돈 A. 스타리는 이 기반 위에서 작전술(Operational Art)의 개념을 교리에 본격 반영, 적의 제2제대·지휘·보급망을 종심에서 동시 타격하는 공세적 구상을 발전시켰다. 전방방어 뿐 아니라 종심타격, 후방교란을 강조하였다. 그 결실이 1982년 FM 100-5에 실린 에어랜드 배틀(공지전투) 개념이다. 핵심은 ‘적이 전투에 제 2파로 공격하기전, 아군이 먼저 구상하고 먼저 때린다’는 공세적 사고로의 전환이었다.

걸프전에서 GPS와 정밀유도무기의 위력을 확인한 미군은 1990년대부터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 NCW)을 본격화했다. 핵심은 센서·지휘·타격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수단이 즉각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었다. 네트워크 중심전은 전력을 단순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로 기하급수적인 전투력을 창출하는 사고였다. 각 부대는 분산되어 자율적으로 행동하면서도, 네트워크로 통합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는 의사결정 주기를 비약적으로 단축해 관찰(Observe)-정세판단(Orient)-의사결정(Decide)-행동(Act), OODA 루프를 가속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 개념은 동시에 취약성도 드러냈다.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아지자, 사이버·전자전 공격에 대한 노출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또한 이라크·아프간에서 경험했듯, 정보 우위가 곧 전략적 성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네트워크 중심전은 미군의 작전적 사고를 정보 중심으로 확장시켰지만, 그 한계 또한 교훈으로 남았다.

세계 경찰국가 시기, 자신감과 한계

냉전이 끝나자 미국은 걸프전, 코소보 공습, 소말리아 파병,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사실상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수행했다. 이 시기의 작전적 사고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는 걸프전에서 입증된 정밀타격과 신속 제압(충격과 공포)을 전 세계 어디서든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둘째는 군사적 승리를 넘어 분쟁 억제, 국가 재건, 질서 유지까지 과제를 떠안은 확장된 군사 역할이다.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간은 전술적 승리가 곧바로 전략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드러냈다. 전쟁의 목표가 단순 제압이 아니라 전후 안정·재건으로 확장되자, 작전적 사고는 ‘전투 설계’를 넘어 ‘전쟁 이후 효과 보장’이라는 난제를 떠안게 되었다.

이러한 교훈과 더불어, 중국·러시아의 A2/AD(Anti access/area denial,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은 미국의 기존 강점(항공력, 항모전단, 장거리 정밀무기)을 무력화하려 했다. 동시에 사이버·우주·전자전 등 신흥 영역이 전장의 일부로 부상했다. 이 환경에서 미 육군은 다영역작전(Multi-Domain Operations, MDO)을 제시하고, 미 합참은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Joint All Domain Command and Control, JADC2)를 추진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MDO는 전략이 아니라 작전술 수준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TRADOC Pamphlet 525-3-1(2018)은 MDO를 ‘전략적 경쟁 환경에서 다영역을 활용해 A2/AD를 돌파하는 작전술적 접근’으로 정의했다. 즉, MDO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억제·개입)을 뒷받침하는 작전술적 해법이다. 핵심은 전역 차원에서 전 영역 효과를 동시에 설계해, 적의 의사결정체계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MDO와 JADC2는 병과나 영역 중심이 아니라, 효과 중심 네트워크 설계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미 공군의 존 보이드가 주창한 OODA 루프는 오늘의 작전적 사고를 관통하는 속도계다. 공지전투는 적의 두 번째 결정을 강요해 OODA를 선점했고, 네트워크 중심전은 정보 공유로 OODA를 가속했으며, MDO·JADC2는 전영역에서 동시다발로 OODA를 돌려 적의 의사결정체계를 마비시키려 한다. 결국 승부는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고의 순환을 완성하느냐이다.

한국군에 주는 교훈

결국 미군의 작전적 사고는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과 같은 실제 전쟁 경험 속에서 발전하고 진화해왔다. 적의 전략전술에 대한 대응, 대규모 병참, 합동·연합 상륙작전, 종심 기동 그리고 전술과 전략의 괴리라는 교훈이 차곡차곡 쌓이며 공지전투, 네트워크 중심전, 다영역작전으로 이어지는 사고의 궤적을 만들었다. 이는 전쟁을 겪으며 축적된 ‘실패와 성공의 학습’이 곧 교리 혁신의 원천이었음을 보여준다. 듀푸이와 스타리가 보여주었듯이 장교단이 제도와 교리, 훈련을 통해 사고를 조직적으로 발전시킬 때 군의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미군의 작전적 사고는 한마디로 단절없이 누적적으로 진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미군의 작전적 사고 발전이 특정 개인의 영감이 아니라 제도와 교리, 조직문화 속에서 장교단 전체가 사고를 확장하려는 노력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한국군도 이 점을 깊이 인식하여 한반도의 특수한 전장환경, 즉 좁고 도시화된 전장, 북한의 핵·미사일·특수전 등과 주변 4강의 군사력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작전적 사고를 정립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단순히 무기를 도입하고 전력을 증강하는 것을 넘어 작전적 사고를 교리와 교육훈련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발전시키는 고민을 지속할 때만이 군이 진정한 전문가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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