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넥스트 HBM’으로 꼽히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메모리 양산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당장 다음달 말 양산에 돌입하고, 삼성전자는 전파인증 절차를 거치며 양산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속에 CXL 메모리의 시장 선점을 노리던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중국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SK하이닉스의 CXL 2.0 메모리. (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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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말부터 CMM-DDR5 양산에 돌입한다. CMM-DDR5는 SK하이닉스가 만든 CXL 기반 D램이다. 이는 SK하이닉스의 메인 CXL 메모리이며, DDR5를 탑재한 기본 제품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의 고객사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AMD 같은 중앙처리장치(CPU)와 협력해 최종적으로는 데이터센터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인 고객사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역시 CXL 메모리 양산 준비를 마쳤다. 국립전파연구원은 지난 10일 삼성전자가 신청한 CXL 기반 D램 CMM-D의 적합성평가를 거쳐 적합등록을 완료했다. 전파인증은 전파환경 및 방송통신망 등에 위해를 줄 수 있는 기자재를 시험해 인증하는 적합성평가다. 통상 인증을 받으면 시장 유통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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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L은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각 반도체의 인터페이스다. 일종의 통신 언어인데, 지금은 각 칩이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이 인터페이스를 CXL로 통합하면 메모리 용량 확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전에는 각 반도체 칩이 자기가 갖고 있는 메모리만 쓸 수 있었다면 CXL를 도입할 경우 CPU가 GPU에 붙은 메모리도 빌려 연산에 활용할 수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정보의 고속도로를 대폭 늘린 제품이라면 CXL은 메모리 용량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빌려쓰는 식이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CXL 메모리 양산 준비를 마쳤음에도 양산 시점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땅한 수요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도체업계는 CXL 메모리 개화 시점에 관심이 컸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인텔이 서버용 CPU 신제품 ‘제온6 P코어’를 출시한 게 CXL 메모리 개화 계기가 됐다. 이 CPU가 CXL 2.0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AMD도 AI 서버용 CPU EPYC 5세대(코드네임 튜린) 제품을 공개했는데, 이 CPU 역시 CXL 2.0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