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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을 비롯한 각종 고령화 관련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떠난 2021년 일본 출장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일본은 고령화율이 20%였던 2004년 대대적인 연금개혁을 이뤘다. 보험료는 13.934%에서 매년 0.354%씩 올려 2017년 18.3%에 이르도록 했다.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매크로슬라이드(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이 개혁으로 일본의 연금제도는 100년 후에도 1년치 연금을 줄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났다. 당시 개혁 과정에 참여했던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후생성 관료들의 치밀한 제도설계와 투명한 정보공개, 개혁안을 4개월 만에 통과시킬 정도로 우수했던 고이즈미 총리 등 정치인들의 리더십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스웨덴은 1991년 의회에 입성한 5개 정당이 “연금개혁은 이념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음 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임이라는 당위성에 따라 개혁을 추진했다. 1998년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을 13.0%에서 18.5%로 올리고 급여방식을 낸 돈과 상관없이 연금액이 결정되는 확정급여방식(DB)에서 자기가 낸 돈에서 이자율을 더한 연금액을 받는 확정기여방식(DC)으로 바꿨다. 또한 연간 연금액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을 때는 연금액이 자동으로 감액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사회보험 종주국인 독일은 아데나워와 슈뢰더 정부에 의해 1957년, 2001년, 2004년 큰 개혁을 이뤘다. 1957년에는 연금기금이 소진됨에 따라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변경하고 연방정부에서 보조금을 투입했다. 또 2001, 2004년에는 보험료율을 22%로 억제하는 보험료 상한선과 소득대체율을 43%로 하한선을 제시하고 연금수령자와 보험료 납부자 수에 따라 연금의 현재가치를 조정하는 지속성 계수를 도입했다. 수급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인상하는 안도 마련했다. 슈뢰더 정부의 연금개혁 등 비전 2010으로 독일은 유럽의 병자에서 성장 엔진으로 탈바꿈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널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문명이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하면 발전과 번영을 이루지만 실패한 응전은 쇠퇴나 붕괴로 이어진다”고 했다. 선진국은 저출생·고령화라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확정급여방식(DB)에서 확정기여방식(DC)으로 전환하고 보험료율과 수급연령을 올렸으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등 응전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제도를 만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의 저출생·고령화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는 어떻게 응전해야 할까. 올 상반기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앞둔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