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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윤재는 콩쿠르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무대에서 어떻게 실수하지 않고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관객에 보여줄지만 고민했다”고 답했다. 그는 “꿈의 무대였던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하자 벅찬 마음에 눈물이 올라왔다”며 “힘들어서 나온 눈물이 아니라 감격에 찬 눈물이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경쟁의 무대가 힘들었을 법 한데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예술계 콩쿠르에서 순위는 물론 중요하다. 1등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은 ‘결과’보다 ‘경험’에 방점을 두고 콩쿠르에 출전한다. 이러한 태도가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 또한 “나는 달라진 게 없다. 우승했다고 실력이 더 좋아진 건 아니니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는 수상 소감을 남겨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콩쿠르 입상에는 한국 특유의 교육열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예술영재 교육은 어린 나이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일찌감치 발굴해 그 재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자리매김했다.
박윤재는 자신의 신체적인 콤플렉스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전했다. 두꺼운 다리, 평발 등 발레 무용수로서는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나만의 강점과 매력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발레를 배우고 있는 또래 친구들과 후배들에게는 “그동안 연습한 것을 후회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조언도 남겼다. 박윤재의 수상소감은 한 순간의 실패와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오직 성과만을 좇는 한국 사회가 잊고 있는 가치를 잠시나마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