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정해진 준공 기일을 하루라도 넘길 경우, 건설사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떠안아야 했던 ‘책임준공제’가 개편된다.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해 책임준공 계약이 건설사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업계 요구를 고려해 책임준공 연장 사유를 확대하고 배상 범위를 세분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선안으로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2금융권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 철산주공8·9단지를 재건축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사진=GS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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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건설업계 및 금융회사 관계자 40여명과 함께 건설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책임준공 개선안’ 초안을 공유했다. ‘책임준공’은 건설사(시공사)가 정해진 기간 내 건설공사를 책임지고 완료하겠다고 PF 사업 대출을 내준 금융사 등 대주단과 체결한 약정이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건설사는 모든 책임을 지고 시행사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건설사가 책임준공 기간을 하루라도 어기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 PF 대출 전액을 모두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책임준공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사유는 극히 제한적이다. 불가항력 사유에 따른 기한 연장을 더 폭넓게 인정하는 ‘민간 공사 표준도급계약’과 달리, PF 대출 책임준공 계약은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만을 연장 사유로 인정해왔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책임준공제가 건설사에 지나치게 불리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 시 건설사 대량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금융당국은 책임준공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사유를 늘리고, 도과 기간에 따른 채무 인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국토부, 건설업계, 금융회사 등과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마련한 ‘책임준공 개선안’에는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만 인정해주던 책임준공 기한 연장 사유를 완화해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나 전염병, 근로 시간 단축 등 법령 제·개정도 정부 유권해석을 거쳐 연장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태풍·홍수·폭염·한파나 지진도 기상청 기준 등을 준용해 실제 공사가 중단된 기간을 따져 기한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책임준공 기간이 지나면 시공사가 즉시 채무 100%를 인수해야 했던 관행 대신 기한 도과에 따라 배상 범위를 단계적으로 나눴다. 구체적으로 책임준공 기한~30일까지는 채무 인수 금액의 20%, 30~60일까지는 40%, 60~90일까지는 60%, 90일 이상일 경우 채무 전액을 인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금융위는 이날 제시된 초안을 바탕으로 업계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중 최종 방안을 확정해 금융권 PF 모범규준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