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럭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프로그램 국장은 8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한국 조선산업을 양국의 이해를 맞출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협력 고리’로 지목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 속에서도 “조선업 협력은 한미 모두의 실질적 이익을 충족시킬 전략적 해법”이라며, 양국 통상 협상의 ‘출구 카드’로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는 “조선업은 미국이 결코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단순히 ‘미국 내 투자’로 볼 것이 아니라, 양국 모두의 시급한 이익을 충족할 ‘윈윈(Win-Win) 구조’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럭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요구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두고 “한국 경제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감당하기 어려운(largely untenable) 요구”라고 비판했다. 대신 “공동 펀드 조성이나 통화스와프 같은 유연한 협상 구조를 통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럭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냉정히 진단했다. 그는 “관세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일단 들어오면 ‘끈적하게(sticky)’ 남는다”며 “심각한 경기침체나 대기업 파산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철회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음은 럭 국장과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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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정책은 유지될 수 있다. 다만 유지돼야 하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경제와 비교할 때, 미국은 상대적으로 폐쇄된 경제다. 미국의 무역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0~25% 수준이지만, 한국은 80~90%에 육박한다. 따라서 한국처럼 더 개방된 경제에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면 훨씬 큰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이 관세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미 일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다시 오르고 있고, 약 2년간 잠잠했던 인플레이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나?
△미국의 농업 부문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등이 미국 농산물에 대해 시장을 폐쇄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대두, 소고기 등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 농민들에게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규모 파산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관세로 인해 기계, 비료 등의 생산 비용 자체가 상승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솔직히 말해 전혀 알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명확한 충동은 정책을 유동적이고 유연하게 유지해 협상 여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산업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특정 기업이나 부문에만 혜택을 주는 작은 예외 조항(carve outs)을 만들어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조업, 의약품 등 생산을 국내로 되돌리고 싶어 하지만, 비용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 문제는 비용 상승 없이 산업화를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행정부 내부에서는 수입품이 단기적으로(심지어 장기적으로도)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관세 부과와 동시에 광범위한 예외를 만들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책은 일관되지 않고 ‘분리된(disjointed)’ 상태인 ‘경계 공간(liminal space)’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철회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을까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행정부가 이 기본 전략에서 물러날 의사가 있다는 증거는 전혀 보지 못했다. 더 많은 예외 조치를 계속 보게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제품에 대한 더 많은 232조 국가 안보 조사 또한 보게 될 것이다. 일부 분야에서는 관세를 추가하고, 다른 분야에서는 일부를 철회하는 식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 경제 상황에 상당한 변화가 오는 것이다. 훨씬 더 심각한 인플레이션이나 상대적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파산 같은 정말 첨예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 행정부는 계속 관세를 부과한 뒤 예외 조항이나 구제 금융(bailouts)을 통해 그 비용을 조금씩 덜어주는 현 방식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관세가 들어오면 차기 정부에서도 되돌리기가 어렵다
-미국이 한국에 3500억달러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
△한국 정부의 우려에 동의한다. 이 막대한 금액을 미국에 완전히 이전하라는 요구는 감당하기 어려운(largely untenable) 요구이며, 한국 경제를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놓을 수 있다. 양국이 협상을 통해 만족스러운 경로를 찾아야 한다. 공동 펀드 거버넌스(공동 운용)나 연계된 통화 스와프 같은 유연한 구조를 통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세부담을 감수하는 게 낫다는 일부 주장은 현실성이 있을까
△ 유럽과 일본은 모두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췄지만,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기존에도 일본이나 유럽 제조업체들보다 약 2.5%의 관세율 혜택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한국이 감당해야 할 관세율 차이는 10%가 아닌 12.5%가 될 수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기존 마진 구조상 실질적으로 더 높은 부담을 지게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관세를 감수한다면 해당 산업에 정부 차원의 산업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조선업 협력이 협상의 최적 카드가 될 수 있을까?
△실제로 매우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조선업은 미국이 비교 우위를 갖지 못하는 분야의 대표적인 예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산업으로 우선순위를 두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력의 이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협력을 거의 전적으로 ‘미국 내 투자’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국내 산업을 구축해야 하지만 , 미국은 조선업에서 결코 압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적이 없다. 심지어 1,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배를 건조했을 때조차, 배 한 척당 비용은 경쟁국보다 훨씬 높았다.
현재 미국은 고도로 숙련되었지만 임금이 높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항만 인프라도 부족하다. 만약 조선 산업을 재활성화하더라도 이는 수십 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다. 쇄빙선이나 LNG선과 같은 선박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 따라서 협력을 통한 엄청난 이점이 존재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 점을 제대로 보기를 바란다.
필립 럭 국장은?
백악관과 의회, 국무부에 통상·산업정책 자문을 하고 있는 워싱턴 내 대표적 경제안보 전문가로 꼽힌다. 국제 무역, 글로벌 공급망, 국제 이주 정책 등 분야에서 탁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에서 부수석 경제학자로 근무하며 대외경제정책을 총괄했다. 현재는 워싱턴의 대표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경제프로그램 국장 겸 국제비즈니스 석좌(Scholl Chair)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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