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할머닌 왜 문을 열고 볼일을 봐"…`노인 혐오` 이제 그만 [전지적 가족 시점]

지병으로 쓰러질 까봐 두려워
인지능력 떨어져 깜빡하기도
큰 목소리, 공공장소 방귀…신체능력 저하 탓
"비난만 하지 말고 이해하는 노력 필요"
  • 등록 2024-09-14 오전 8:30:00

    수정 2024-09-14 오전 8:30:00

노시니어존, 노키즈존, 노 아재존, 노펫존 등 신조어가 연이어 등장하며 세대 간 혐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혐오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벌어지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추석을 맞아 가족을 이해하고, 벽을 없애보자는 의미로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셔서 너무 당황했죠.”

한 노인이 길을 가고 있다. (사진=손의연 기자)
최근 30대 여성 김모씨는 지하철역사 내 화장실을 이용하러 들어갔다가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문이 잠겨 있지 않아 들어가려는데, 안에 할머니 한 분이 있었던 탓이다. 당황한 김씨는 ‘죄송하다’ 말하고 사과했고, 할머니는 “내가 잠그지 않았는데 뭐가 죄송하냐. 미안하다”고 말하는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김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대체 노인들은 왜 화장실 문을 잠그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이런 글들엔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부분, 심지어 문을 잠그지 않은 노인이 오히려 화를 내 불쾌했다는 경험담도 상당했다. 일부는 ‘나이 들고 주책이다’ ‘비위 상한다’는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들의 이러한 행동엔 이유가 있다. 노인들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 혈압 문제로 쓰러지는 경우들이 있는데, 문을 닫아놓으면 발견이 늦어지게 되고 큰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들은 화장실 문을 열어 놓으라고 조언을 듣기도 한다. 고령의 할머니가 있다는 20대 여성 A씨는 “할머니가 지병이 있으신데, 화장실에서 일을 보시다가 쓰러지실 수도 있어 혹시 그럴 경우 발견이 늦어질까 봐 문을 잠그지 말라고 한다”며 “요즘 비상벨이 있다고 말씀드리기도 하는데, 비상벨 설치도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고령으로 신체적 혹은 인지능력이 떨어져 문을 못 닫을 수도 있다. 볼일이 급해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문을 잠그거나, 물을 내리는 것을 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는 요실금 같은 지병이 있는 경우 볼일이 급해 문 잠그는 것을 잊는 경우도 있다. 전철역에서 만난 한 70대 노인은 “일부러 문을 안 잠그진 않는데 깜빡깜빡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요양사인 60대 여성 김모씨는 “어르신들은 손아귀에 힘이 없어서 무언가 잠그고 풀 때 어려워하시기도 한다”며 “전철역 화장실 잠금방식은 그래도 익숙해 하시지만 최근 휴게소나 일부 시설의 잠금장치를 어려워하시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때 문을 잠그고 안 열릴까 봐 두려워하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장실과 유사한 사례는 많다. 노인들이 본인 스스로 귀가 잘 들리지 않다 보니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한다거나, 괄약근을 제어하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방귀가 나와 냄새를 풍기는 일들이다. 노인들의 배려심 없는 일들로 여겨지고, 노인 혐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노인들의 행동에 이유가 있음을 알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시니어 인식 개선 강사 박미송 다감연구소 대표는 “젊은 층이 봤을 땐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긴 하겠지만 비난만 하지 말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여러 연령대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 구성원을 살피는 것이다. 추석을 맞아 가족 구성원을 잘 살피며 이해해보고, 향후 대입해보기도 하면서 노인도 젊은 층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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