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속 김밥이 던지는 질문[최종수의 기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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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손맛 담겨 있는 '김', 열받은 바다에 생산량 감소
OTT 속 김밥의 세계적 유행, 김의 지속가능성 질문 던져
정체성까지 흔드는 복합위기
  • 등록 2025-09-22 오전 5:47:02

    수정 2025-09-22 오전 6:21:49

전남 해남군 송지면 김 양식장 전경.(사진=해남군)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 얼마 전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이 영화는 K팝의 에너지와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 이면에 자리한 한국의 음식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단순한 조연처럼 등장한 ‘김밥’이 관객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속 김밥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한국의 정서를 담은 문화 아이콘으로 그려지며 전 세계 팬들의 입맛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김밥을 따라 만드는 영상이 쏟아지고 ‘김밥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제 김밥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밥의 중심에는 바로 ‘김’이 있다. 얇고 검은 해조류 한 장이지만 그 안에는 바다의 영양과 한국인의 손맛이 담겨 있다. 최근 들어 김은 전통적인 반찬을 넘어 건강한 간식이자 웰빙 식재료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삭하게 구운 스낵 김, 얇게 튀긴 김 칩, 샐러드용 김가루 등 다양한 형태로 수출되며 미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바다의 슈퍼푸드’로 인식되고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김 수출액은 약 7억달러에 달하며 세계 김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낮은 칼로리, 풍부한 식이섬유, 미네랄, 항산화 성분 등 다양한 건강 효과 덕분에 김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김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서 깊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김에 밥을 싸서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김을 이용한 음식 문화가 존재했지만 김을 불에 구운 뒤 젓가락으로 밥을 싸 먹는 방식은 한국만의 독특한 식문화다. 특히 끝이 둥근 젓가락을 사용해 얇은 김을 집어 밥을 싸는 과정은 정교한 손놀림과 섬세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는 김을 활용한 한국의 식문화가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일상의 숙련된 감각과 깊이 있는 미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 김밥, 삼각김밥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며 우리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스시, 멕시코의 부리토, 베트남의 짜조처럼 각국 음식과 김밥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김밥이 ‘글로벌 퓨전푸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이 김의 생육 환경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 해수의 평균 수온은 지난 55년간 약 1.36도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상승률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로 특히 남해의 경우 최근 20년간 평균보다 0.5도 이상 더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 수온이 23도를 초과하면 자라는 속도가 급격히 저하해 생산량이 급감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가 지속할 경우 2100년까지 김 생산량이 최대 6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수온 상승은 김 외에도 미역, 다시마 등 다른 해조류의 생장에도 악영향을 미쳐 해양 생물 다양성 저하와 어획량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어민들의 생계와 연안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의 식생활과 문화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북극곰이나 빙하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김밥 한 줄 속에서도 기후변화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OTT 속 김밥의 세계적인 유행은 역설적으로 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김 생산량 감소는 기후변화가 더는 환경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의 식문화와 경제, 정체성까지 흔드는 복합적인 위기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막연한 위기의식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 맞는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등 현실적인 적응과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미래의 식탁은 오늘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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