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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이 없어 얼굴 없는 액자 하나 덜렁 놓인 채 뒤늦게 치러진 영희의 장례식. 그 장례식장의 빈 영정처럼 40년 전 의류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영희는 구체적인 형상으로 채워져 있지 않다. 다만 그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못생겼다”고 말한다. 심지어 영희는 ‘똥걸레’로 그들에게 각인돼 있었는데 그건 당시 영희가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일하다 그만 바지에 똥을 지려버린 사건 때문이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당시 방직공장의 풍경은 ‘노동환경’이라는 말이 호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더럽고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었다. 또한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공장에서 영희 같은 노동자들은 거의 기계처럼 일해야 했다. 더러운 광경 앞에서 흔히들 말하는 ‘눈 둘 곳이 없다’는 표현대로 이들의 환경은 구체적으로 바라보기 두려울 정도로 조악하다. 그래서일까. 칙칙한 어둠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영희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구체적인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덩어리진 이미지로 보인다. 영희를 그들이 ‘똥걸레’로 부른 건 그래서 어쩌면 자신들이 똥통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애써 부인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부르면서 자신들은 적어도 영희 같은 ‘똥걸레’는 아니고 또 ‘못생기지도’ 않았다고 여겼을 테니.
하지만 이 똥통 같은 환경 속에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가 있다. 바로 이 공장의 사장 백주상(임성재 분)이다. 그는 그곳의 다른 이들과 달리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고 늘 웃으며 주변 사람들의 칭송을 듣는 사람이다. 그는 목에 값비싼 카메라를 걸고 다니며 출퇴근하는 여공들의 사진을 찍는다. 모두가 바쁘게 생업 전선에서 뛰고 있을 때 여유롭게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 그래서 좋은 평판을 듣는 그는 그 공장지대에서 도드라져 보인다. 영규에게 공장 한 귀퉁이에 도장을 팔 수 있는 노점을 허락해 준 주상은 그 캄캄한 삶에 동아줄 같은 인물로 새겨진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개발시대의 한 불행한 인물의 비극을 ‘우리가 지워버린 얼굴’이라는 관점으로 담아내고 있어서다. 배우 신현빈이 영희 역할을 연기했지만 영화는 의도적으로 그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당시 무수히 많은 영희가 존재했고 그들의 얼굴을 우리가 애써 없는 것처럼 치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렇듯 의도한 연출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 얼굴이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를 끝까지 궁금해하게 되고 끝내 마주하게 되는 그 얼굴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내가 뭐 아름다운 거, 추한 거, 그런 거 구분 못 할 것 같아. 아름다운 건 존경받고 추앙받고 추한 건 멸시당해.” 영규는 그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앞을 보지 못하는 눈으로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보지 못했다. 진짜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 다시 질문은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현재가 그렇게 지워진 누군가의 얼굴들을 통해 세워진 것이라면 그 위에 세워진 현시대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혹여나 지금도 그때처럼 ‘아름다움’이라는 화려한 겉면에 눈멀어 진짜 아름다운 얼굴들을 지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시대의 얼굴은 과연 진정으로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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