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수주 경쟁에 나서던 건설사들이 이제는 경쟁을 최대한 피하고,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지만 고르는 ‘선별수주’ 기조를 굳히면서 재건축 사업장 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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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 4차 아파트 재건축은 지상 최고 49층, 1828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조합이 제시한 총 공사비는 1조 310억원이다. 한강과 가깝고 고속터미널역을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인데도 건설사들의 관심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강남권의 다른 정비 사업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초 반포동 삼호가든 5차 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으나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결국 조합은 공사비를 올려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사업지도 시공사 모시기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지난 3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서울 성북구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엔 삼성물산만 참여해 유찰됐다. 서대문구 연희2구역 공공재개발도 지난달 시공사 입찰에 DL이앤씨만 응찰해 유찰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악화된 건설경기를 감안해 올해도 ‘선별수주’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단단히 못박았다. 특히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7% 뛴 두산건설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선별수주로 실적 성장을 거뒀다”고 자평했고,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GS건설 역시 “사업성 분석을 철저히 해 좋은 사업지를 선별 수주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선별수주 기조는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소수의 사업지에 대해서는 건설사들의 쏠림 현상도 심해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경기권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놓고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은 3.3㎡(평)당 공사비 600만원대의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는 등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와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는 단지에 직접 방문해 조합원 표심잡기에 나서기도했다.
한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치솟은 환율과 물가 때문에 앞으로 공사비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있다”며 “이런 와중에 미분양 리스크까지 안고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맡는 것은 회사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거의 모든 정비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등 사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건설경기가 안정화되기 전까진 사업성만 확실한 곳만 챙기고, 그렇지 않은 곳엔 관심을 두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