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하늘 아래 같은 피자 1조각은 없다. 친구 피자에 페퍼로니가 1장 더 들어갈 수도 있고 오늘 먹은 피자보다 어제 먹은 피자의 치즈가 더 많이 들어갈 수도 있다. 문제는 친구보다 토핑이 부실하면, 어제보다 치즈가 적으면 그날은 실망감에 젖게 된다. 이런 불상사를 없애기 위해 AI로 피자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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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에서도 골목식당에서도 항상 같은 품질의 음식을 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됐다. 매일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내야 하는 게 음식사업의 핵심이며 기복이 없는 사람이 진정한 실력자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도 피자의 일정한 맛을 중시했다. 이를 위해 고피자의 스마트 키친 운영체제 ‘고비스’(GOVIS)를 만들었다. 피자가게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바쁠 땐 토핑 양이 조금은 불규칙할 수도 있지 않은지, AI와 함께 고도의 정밀함까지 필요한 것인지 임 대표에 질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제품에 있어서는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사물을 식별하는 머신러닝 기술은 페퍼로니와 베이컨, 양파와 파프리카는 물론 6가지 종류의 소스까지 모두 구분한다. 수없이 많은 자료를 학습시켜 사물의 모양과 질감을 판별한다. 색상 구분은 비교적 간단하다. 카메라에 비치는 재료의 색을 디지털 상의 색상 코드로 변환해 기존에 입력된 재료들의 색상 코드와 비교한 후 구분하는 원리다. 고피자의 머신러닝 기술은 정확도가 95%에 이른다고 한다.
직원이 실수로 페퍼로니 한 장을 덜 넣었다면 AI는 “한 장을 더 올려주세요”라고 끼어든다. 페퍼로니를 더 많이 넣거나 한쪽에만 몰아서 넣어도 피자 완성도를 표시하는 수치가 올라가지 않고 계속해서 올바른 조리법을 알려준다. 바쁘다고 무시한 채 피자를 만든다면 점수를 깎아버리는 엄격한 선생님이다. 고피자 인천공항점, 서울 대치동 본점 등 전 세계 20개 지점에 도입된 AI는 직원들의 평균 피자 점수도 산출한다.
사람 머리 올리브로 인식하는 건 옛말…“개별 칼로리도 계산해줄 것”
카메라가 머리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피자를 비춰 정확도를 측정하니 사람 머리나 손으로 피자를 가리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가려진 부분의 피자 토핑을 예측하는 정도까지 고도화가 이뤄졌다. 사람 머리를 올리브로 인식한다거나 손톱을 옥수수로 인식하는 등의 오류가 없었냐고 묻자 임 대표는 “그건 개발 초기에 있었던 일일 뿐이다”고 웃음을 보였다.
소스를 적게 발라달라거나 일부 재료를 빼달라는 고객도 부지기수다. 앞으로는 이런 고객들이 변경된 레시피의 칼로리도 알 수 있게끔 실시간 칼로리 계산 기능까지 추가하겠다는 게 임 대표 계획이다. 무한대로 토핑을 추가하면 칼로리가 얼마나 나올지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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