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명품 사나요?" 돌아온 유커, 달라진 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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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비자 ‘왕서방’이 온다]②
보따리 사라진 유커들…이젠 로컬채널이 지갑 턴다
무비자 유커 쏟아졌지만 면세점은 체감 회복 멀어
애슐리·김포아울렛·편의점 등 로컬 채널로 이동
샤오홍슈 ‘K필수템’ 소비 확산…올다무는 외국인 특수
  • 등록 2025-10-14 오전 6:00:10

    수정 2025-10-14 오전 7:47:05

[이데일리 한전진 김지우 기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보따리 쇼핑’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3명 이상만 모여도 무비자 단체입국이 가능해졌지만, 면세점은 이를 내심 반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방문객은 늘었지만 객단가는 줄어드는 역설적인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유커들이 더이상 면세점과 백화점을 돌며 명품을 사들이기보다, 편의점과 아울렛, 애슐리 같은 내수형 채널을 찾으며 소비 방식을 일상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샤오홍슈(중국 SNS)를 통해 한국 라면 인기 제품을 검색하고 있다. 최근엔 SNS에 소개된 제품을 미리 찾아보는 ‘큐레이션(선별추천) 소비’가 유커 소비 흐름의 주요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구매인원은 약 99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약 9760억원에서 7330억원으로 25% 줄며 실질 구매력은 뒷걸음질쳤다. 업계에선 단체관광객과 따이궁(보따리상) 비중이 줄고 외국인 소비가 내수 채널로 옮겨가면서 기존 면세 유통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애슐리 퀸즈 운영사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 기간(10월 1~9일) 서울 주요 점포의 외국인 예약 건수는 전년(259건)보다 62% 증가한 420건을 기록했다. 종각점의 경우 일평균 외국인 매출 비중이 12%에 달했다. 같은 기간 김포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외국인 매출 역시 전년대비 37% 늘었다. 이들 공간이 본래 내국인 소비 중심 채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들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 외국인 매출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추석 연휴 서울 홍대 애슐리 퀸즈 매장에서 방글라데시 가족 관광객 일행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과거 고급 뷔페 대신 가성비와 한식 다양성을 갖춘 프랜차이즈 식당이 유커 등 단체 관광객의 새로운 외식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편의점도 예외는 아니다. CU 명동·홍대·성수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점포에서 추석 연휴 기간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 건수는 전주 대비 98.8% 증가했다. GS25도 지난 3~7일 인사동·종로 일대 주요 상권에서 외국인 결제가 28% 늘었고, 특히 ‘뉴안녕인사동점’의 경우 전체 매출의 60%가 외국인 소비였다. 바나나맛 우유, 불닭볶음면, 지드래곤 하이볼 등 제품들이 샤오홍슈나 틱톡에서 ‘한국 관광 필수템’으로 소개되면서, 일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큐레이션(선별추천)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인들이 기존 면세점 대신 내수 채널을 선호하게 된 배경엔 가격과 선택지의 변화가 있다.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대표되는 이른바 ‘올다무’는 트렌디한 상품을 빠르게 들여오고, 상시 할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모션이 장점이다. 내수 유통의 탄력성과 정보 접근성, 실속 있는 가격 정책은 중국 경기 침체와 맞물려 외국인 수요를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동에서 만난 중국인 왕방호(27) 씨는 “한국여행을 오면 샤오홍슈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검색해보고 사는 게 당연하다”며 “K팝 앨범을 더 빨리 구하려는 팬들도 많고, 피부과 진료나 올리브영 화장품 쇼핑 등 뷰티 소비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지난 추석 연휴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내 라면 조리 공간에서 중국 등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컵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결과적으로 ‘외국인 전용 공간’이었던 면세점은 발길이 뜸해지고, 내국인 일상 채널은 오히려 외국인 수요를 흡수하며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 변화가 아니라, 유통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는 징후로도 해석된다. 기존에는 싼커(개별관광객)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로컬 소비가 무비자 입국 확대로 단체관광객까지 퍼졌고, 40~50대 중산층 중심이던 여행 주도층이 SNS 활용과 실속형 소비에 익숙한 ‘소황제(小皇帝, 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로 교체되면서 이러한 변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면세점들도 전략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K컬처 체험’을 콘셉트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공간의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도 K패션과 K뷰티를 접목한 체험형 매장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가 당장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항 면세점은 입국자 수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임차료 구조상 고정비 부담이 크고, 시내 면세점은 고도화된 내수 유통채널에 밀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과거 면세점을 먹여 살리던 따이궁까지 줄어들면서 업황 자체에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올 2분기 면세점 빅3 가운데 롯데면세점을 제외하고 신라·신세계면세점 모두 적자를 이어갔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유커들의 쇼핑 무대가 면세점에 한정됐다면, 이제는 한국 유통 전반으로 경험이 확장되며 소비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며 “K팝·K뷰티·K푸드 등 한국 고유의 문화상품을 직접 찾는 수요가 많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앞으로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한 채널보다는 양자를 아우르는 상품과 공간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소비 취향이 수렴되는 흐름에 맞춰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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