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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와 내수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출 때, 애슐리퀸즈는 매장을 120개 수준까지 늘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평일 점심 1만 9900원이라는 가격 경쟁력과 어느 매장이든 균일한 맛. 최근 애슐리가 표방하는 외식의 콘텐츠화가 가능했던 원동력은 가장 기본인 주방의 혁신, 바로 이곳 기흥 CK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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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아침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엄청난 양의 양파와 대파가 쏟아져 들어오면, 70여명의 직원들과 반자동 세척 설비가 이를 씻고 다듬느라 숨 가쁘게 돌아간다. 기자가 잠시만 서 있어도 눈이 따가운 이곳의 작업 환경은, 역설적으로 전국의 애슐리 매장이 쾌적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준다.
과거에는 매장 주방에서 직원들이 아침마다 눈물을 흘리며 양파를 까고 칼질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흥 CK의 ‘전처리 부대’가 그 힘든 일을 대신한다. 현장에서 만난 양용석 기흥CK 팀장은 “공장에서 전처리된 식재료는 단순한 원물이 아니라, 바로 조리가 가능한 ‘밀키트(Meal-kit)’ 형태로 매장에 도착한다”며 “매장 직원은 봉지를 뜯어 붓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외식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널뛰는 식자재 원가(Food Cost)다. 기후 위기로 금(金)채소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애슐리는 어떻게 2만원 이하의 가격을 방어하고 있을까. 해답은 통합 구매와 못난이 농산물 활용에 있었다.
양 팀장은 “산지에서 수확한 농산물 중 모양이 예쁜 A급은 킴스클럽(마트)으로 가고, 맛과 영양은 똑같지만 모양이 조금 투박한 B급 원물은 우리 공장으로 온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썰어서 샐러드나 토핑으로 쓰기 때문에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농가 입장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하거나 헐값에 넘겨야 했던 B급 농산물을 이랜드라는 대형 판로에 제값을 받고 한꺼번에 넘길 수 있어 이득이다. 물류비와 재작업 비용을 아끼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여기에 연중 단가 시스템이 쐐기를 박는다. 기흥 CK는 주요 농가와 연간 계약을 맺어 1년 내내 거의 고정된 가격으로 원물을 공급받는다. 태풍이나 한파로 배추 한 포기가 1만원을 넘어가도, 애슐리는 계약된 가격에 물건을 받는다.
최근에는 환율 급등으로 수입 식자재 가격이 오르자, 발 빠르게 1분기 물량을 100% 국내산으로 전환하며 원가 리스크를 방어하기도 했다. 기흥 CK가 거대한 방파제 역할을 하며 물가 변동의 파도를 막아주고 있기에, 매장은 안정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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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메뉴가 나올 때마다 수억원짜리 전용 라인을 새로 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기흥 CK는 ‘맥가이버’가 되기를 자처했다. 필요에 따라 설비를 창고에서 꺼내 조립하고, 시즌이 끝나면 다시 분해해 보관한다. 일본산 고가 장비와 국산 가성비 장비를 적절히 섞어 효율을 높이는 것도 노하우다.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는 공장 덕분에, 애슐리는 설비 투자비(CAPEX)를 아끼면서도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즉각 대응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랜드이츠가 정의하는 CK의 역할이었다. 보통의 제조 공장은 생산 효율을 높여 자체 마진을 남기려 하지만, 이곳은 정반대였다. 양 팀장은 “대표님은 CK가 영업이익을 많이 남기면 오히려 혼을 내신다”며 웃었다. “CK가 이익을 냈다는 건, 매장에 더 싸게 공급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랜드이츠에서 CK는 이익을 내는 부서(Profit Center)가 아니라, 철저히 매장을 지원하는 비용 부서(Cost Center)다. 목표는 BEP(손익분기점) 수준의 공급과 완벽한 맛의 표준화다. 매장이 오로지 고객 서비스와 외식 콘텐츠 강화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어렵고 힘든 일은 공장이 도맡겠다는 희생정신이 경영 철학으로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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