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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 적을 옮긴 후 블랙요원으로 수십 년 간 활동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소위 말하는 블랙이니까, 이름도 가짜를 썼고, 아는 사람이 있으면 옆으로 돌아가는 그런 생활을 평생 해 왔다”며 “골수 꼴통 보수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조태용 원장처럼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다. 예를 들면 그냥 저잣거리 술상무, 아니면 해결, 골목길 골목대장, 이렇게 30년 국정원 직원으로 주로 해외에서 살아왔던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대사관에서 직명도 없이 그냥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홍콩 시장터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셔서 보시면 된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이 13일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메모에 대해 ‘네 종류가 있다’고 증언에 대해선 “고도의 용어 혼란 전술”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조 원장 증언은) 마치 다른 내용의 ABCD 버전이 있는 것처럼 들리게 한다”며 “세 번의 검증 과정을 거친 같은 내용의 메모”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의 증언과 관련해 “그냥 가만히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겠구나. 그냥 앉아 있는 사람 바보로 만드는구나.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생방송 인터뷰에 응하게 된 배경을 전하기도 했다.
“尹, ‘다 장군들과 경찰 수뇌부가 알아서 했다’는 태도”
부친에 이어 평생 조선일보만 구독하고 있다는 홍 전 차장은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홍장원 메모 작성 시간·장소 모두 거짓’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차로 3분 거리인) 집무실과 관저 위치에 착오가 있으면 모두 거짓인가”라고 반문했다.
군과 국정원이라는 상명하복이 철저한 조직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온 홍 전 차장은 상관이었던 대통령 및 국정원장과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지금처럼 대척점에 (두 분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다”며 “(13일) 8차 변론에서 말씀하시는 얘기 들으며 이러한 불편함이 싹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람들도 ‘내가 살겠다’고 모든 부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수명의 장군과 경찰 수뇌부들이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도 (대통령 본인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 다 장군들과 경찰이 스스로 알아서 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부분이 다 무녀저 내린 것 같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홍 전 차장은 1980년대 국가급 대테러 최정예 특수부대인 707특수임무단에서 중대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 경험이 윤 대통령의 체포 명단 지시를 폭로하게 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목적지 몰랐던 707요원들, 그저 임무 완수 위해 헬기 탑승”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당시 상부의 지시로 목적지도 모른 채 국회로 출동했던 707특임대 요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아마 특전요원 한 사람은 무기를 가지고 탄을 싣고 공격용 헬기에 오를 때 ‘아, 드디어 우리가 작전을 하는구나. 평양에 내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탑승하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 말은 ‘내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내가 전투에 나가는 거야. 작전하러 나가는 거야’ 그 많은 707의 용사들은 죽음이라는 것을 뒷전에 두고 임무 완수를 위해 헬기에 탑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군복 입은 사람들에 대해서 많은 실망을 하셨겠지만 그 순간 많은 군인들의 마음속에는 진정된 부분에서의 충성심이 있었다는 부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홍 전 차장은 최근 특전사 요원 전역자 수가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도 “군인들이 연봉을 많이 받나? 마음이 편하고 몸이 편한가? 제가 보기엔 그런 군인들의 마음속에서는 국민들의 지지, 응원, 지나갈 때 ‘아이고 고생해요’ 하는 말 한마디로 결국은 군대 생활을 하는 건데 하는 안타까운 부분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