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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안전 설비 투자와 위험 평가를 소홀히 했고, 감독기관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제도는 허술했고, 현장의 위험은 방치됐다. 재난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방치의 결과다. 화성의 비극이 대전에서 되풀이된 것은 우리 사회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튬전지는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등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고, 그 화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화재가 기존 소방 체계로는 완전히 진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 분말, 이산화탄소 소화기로도 내부 열 폭주를 멈추기는 어렵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결국 “대량의 물로 장시간 냉각하는 것”이라는 점은, 첨단 기술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원시적인 대응책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대전에서도 지난번 화성에서도 물로서 불을 끈 모양이 되었다.
리튬전지 화재, 물로 진화하는 건 “우매한 짓”
리튬전지 내에 리튬의 함량은 5% 수준에 불과하고 오히려 그 속에는 불소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유기 전해질이 존재하므로 유류 화재와 유사하고 충전된 상태로 전기 화재와 유사하다. 리튬전지 화재는 마치 열에 안전한 금속으로 밀폐된 용기 속에서 발화된 불과 같다. 이렇게 단절된 금속 용기의 바깥에 어떠한 소화 약제를 퍼 붓는다고 하여도 그 속의 불을 끄는 일은 결코 용이 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리튬전지의 화재에 물을 사용하여 진화를 하는 것은 가장 우매한 짓이다.
냉각·질식기능 구비한 친환경 소화 약제 개발 ‘대한민국의 몫’
화재의 진압을 위해서는 소화약제가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작용, 그리고 발생되는 열을 냉각시키는 냉각작용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리튬전지 화재의 진화는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 그러므로 단순한 시판용 D급 화재 전용 소화기를 사용하여 리튬전지의 화재를 진압하기 어려우며 반드시 냉각기능을 갖춘 소화약제가 충진된 소화기를 사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화기는 리튬전지 화재의 초기 발생 단계에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보다 효과적인 사용방법은 화재의 발생점과 직접적인 접촉이 가능한 방식이어야 한다.
리튬전지는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안고 있다. ‘물을 쓰면 안 된다’는 교훈은 이제 소방관의 지침을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전 상식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새로운 책임이다. 엄청난 양의 물로 진화해야 했다면, 그 막대한 물은 모두 오염된 물로 바뀌며 이는 엄격하게 폐수처리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2차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다량의 건조된 모래를 투하하는 방식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최상의 방안은 냉각기능과 질식기능을 함께 발현하는 친환경 소화 약제의 개발이다.
꺼지지 않는 불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물이 아니라 더 나은 기술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성능의 리튬전지를 만드는 나라이다. 화재가 발생되지 않는 전지를 만드는 것은 물론 이 전지로 인한 화재의 획기적인 진화 방안의 마련 또한 우리나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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