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의 길, '작전적 사고'에서 시작된다[김정유의 Military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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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작전적 사고란 무엇인가
  • 등록 2025-09-22 오전 8:00:00

    수정 2025-10-03 오전 11:21:48

김정유 장군은 육군사관학교 44기로 임관해 군 생활 대부분을 정책 부서가 아닌 야전에서 보낸 작전 전문가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처장, 제17보병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등을 역임하고 2021년 육군 소장으로 전역했다. 이 연재는 필자가 대한민국 군에 몸 담고 있는 동안 발전시키지 못했던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 부재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 20회에 걸쳐 미국·독일·이스라엘·일본의 작전적 사고 사례를 차례로 검토하고, 한국의 고대·현대 사례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논증할 예정이다. 국가별 작전적 사고를 비교·분석해 미래전 양상에 부합한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를 제안한다.<편집자주>

34년간의 군생활 기간 중에 수십번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는 무엇인가’를 자문하곤 했다. 그리고 선배나 동료, 후배들에게도 물어보았다. “글쎄요. 우리군의 작전적 사고가 있나요?”라는 대답이 대다수였다. 혼란스러웠고 부끄러워졌다. 군복을 입고 있으면 싸우는 방법에 대한 관(觀)이나 철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물론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가 전혀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구와 비교했을 때 독자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적 전통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비록 전역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실타래를 풀어야 하겠다는 마음에서 연재를 결심했다.

고대부터 존재한 ‘작전적 사고’

‘작전적 사고’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내전을 겪으며 소련군 장교단이 처음 체계화 하였다. 단순한 전술전투로는 승리를 달성하기 어렵고 국가차원의 전략목표와 연결하려면 중간단계 사고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작전술이 등장했다. 미군은 1970~80년대 베트남전 실패와 NATO 전선에서 소련의 대규모 기갑 위협에 대응하면서 독일군과 소련군의 개념을 연구했다. 그 결과 1982년 야전교범 FM 100-5 ‘Airland Battle’에서 처음으로 작전적 사고를 공식개념으로 채택했다. 미 합동교범 JP 3-0(합동작전교범)에서는 작전적 사고를 “전략목표와 전술적 행동을 연결하는 사고와 기술, 시간, 공간, 전투력의 활용을 통해 지휘관이 원하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작전의 설계와 실행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저서 ‘군인과 국가’에서 현대의 장교단을 전문가 집단으로 규정했다. 이 전문성은 단순한 전투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을 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사고의 능력까지 포함한다. 미군에게 작전적 사고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장교단이 공유하는 전문적 세계관이자 신념 체계로 발전했다. 미국 지휘참모대학 ‘war college’ 과정에서도 작전적 사고교육을 장교단의 지적 기반으로 규정한다. 정리하면 ‘작전적 사고는 장교단의 전문성을 나타내는 신념체계로서 인지적 틀, 지적 기반, 집단적 사고체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명명은 되지 않았지만 작전적 사고는 고대부터 존재했다. 알렉산드로스는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적의 중심을 찢는 결정적 구도를 만들었다. 한니발은 칸나이에서 포위섬멸로 로마의 전략 균형을 흔들었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고의 승리로 정의하며 효과 우선의 사고를 강조했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군이다. 70여년간 분단 상황을 관리하며 전력을 키워왔지만 장교단을 지배하는 작전적 사고 개념을 뚜렷하게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 인천상륙작전, 베트남 파병, 심지어 연평도 포격 대응 등에서도 분명 작전적 사고의 흔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체계적으로 발전되지는 못했다.

물론 자체 개념화의 시도는 있었다. 1990년대 윤용남 육군참모총장 시절의 ‘도로 견부 위주 종심방어’가 대표적이다. 북한 기계화부대의 도로 의존성을 겨냥해 주요 도로망에 방어거점을 집중하고, 종심지연과 기동타격으로 적의 공격 리듬을 깨뜨리려 한 한국형 전법이었다. 그러나 교리·교육·문화로 정립되지 못하고 단절되었다.

그 배경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었다. 한국군은 1953년 한미연합방위체제 하에 있었고, 전시작전통제권과 주요 작전계획이 연합사 중심으로 운용되면서 미군 교리 의존이 심화됐다. 동시에 군이 때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던 시기에는 장교단의 전문성이 작전적 사고로 평가되기보다 정치·행정적 역할이 우선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환경은 한국군 장교단을 지배하는 독자적 작전적 사고체계를 정립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를 찾아서

현재와 미래의 전장은 훨씬 복잡하다. 국가총력전의 형태로 민군간의 경계선이 없이 재래전과 비대칭전, 첨단기술전이 혼합한 하이브리드전의 양상을 띨 것이다. 지·해·공, 사이버, 우주, 인지영역이 동시에 통합되는 다영역 동시·통합전이 수행될 것이다. 정밀유도무기, 위성, 무인기·군집드론, AI 등이 융합된 유무인 복합 및 무인체계가 전장을 지배할 것이다. 상대는 정규군만이 아닌 핵·미사일·특수전 같은 비대칭 위협이 상수가 될 것이다. 인구·예산 제약과 복잡한 동맹 환경 속에서, 개별 전투의 성과를 넘어 전역(戰役) 차원의 효과를 설계하지 못하면 승리의 문턱에 다가서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는 신속히 정립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전략적 환경, 신냉전 체제의 구축, 미래전 양상, 작전여건, 피·아 의지와 능력 등을 십분 고려해 우리만의 작전적 사고체계를 정립하여 장교단의 정신과 기풍을 혁신해야 한다. 군심을 하나로 모으는 비책 중의 비책이다.

필자는 작전적 사고를 “주도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전략적 목적 달성을 위해 전 영역의 수단을 합동으로 통합하고, 제한된 자원을 우선순위 높은 표적에 집중하여 전역 차원의 결정적 효과를 창출하함으로써 전쟁을 종결하는 사고체계”라고 생각한다. 작전적 사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주도권을 잃지 않고 아군의 의지대로 작전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군이 기본과 본질에 집중하는 길은 명확하다. 한국군에 작전적 사고라는 신선한 피를 수혈해야 한다. 장교단이 작전적 사고체계로 무장하여 모든 군사활동과 교육훈련을 작전적으로 수행하여 전문성을 구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싸울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군대’가 되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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