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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교에서 중국인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 교수는 중국 내 한인 과학자들은 물론 한국 학계, 기업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언젠가 고국에 돌아가 기여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반도체를 연구하는 학자일 뿐 아니라 한 명의 교육자로서 격변하는 산업 변화 속 한국 인재 양성에 대한 고민도 많다.
이 교수는 한국과 중국 고등교육의 차이점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국은 아이비리그처럼 9개 명문대를 ‘C9’ 그룹으로 지정하고 또 ‘985대학’(최상위권 명문대 39개)과 ‘211대학’(21세기 상위 100개 대학) 등을 나눠 등급에 맞춰 대우한다”고 전했다. 대학을 일률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차등화함으로써 맞춤형으로 특성화할 계기를 준다는 것이다.
미국의 보딩스쿨처럼 중국도 영재 교육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그는 “사실 영재 교육을 하지 않는 선진국은 없는 것 같다”며 “기술은 초격차를 이야기하면서 교육에선 초격차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가오카오를 보면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나기 위해 (입시에) 노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봉사 점수까지 고려해야 해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해석했다.
다시 학력고사를 치던 시기로 회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입시에서 수능과 생활기록부 비중을 얼마나 반영할지, 특정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내기 위해 어떤 학생을 뽑을지 대학이 알아서 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 기부 입학도 미국 대학처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칭화대의 경우 등록금은 사실상 대학 운영과 큰 연관이 없고 국가 지원과 기부금 등을 통해 연간 7조원대 예산을 짠다”며 “기부를 활성화해 예산이 늘어 대학이 국제화되고 세계 일류가 된다면 다른 학생 입장에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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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교육을 통과했든 기부를 했든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어차피 엄청난 양의 학업과 씨름해야 한다.
엔비디아나 구글 같은 기존 대기업은 물론 챗GPT와 딥시크 같은 신흥 기업까지 출몰하면서 미국이나 중국에선 이공계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아직 한국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인재들이 너무 의대로 몰리는 것은 좀 실망스럽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아야 더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 2000년대초 정보통신(IT) 열풍으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까지 줘가며 인재들을 모으려고 할 때 연구를 하고 싶다며 IBM의 왓슨연구소로 이직했다. 또 인재들이 미국 뉴욕으로 몰리던 시기엔 새 분야를 개척하잔 마음으로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 교수직에 도전했고, 한국인 첫 정교수(종신교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일이 아주 편할 때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것 같다”며 “우리 청년들이 창의적인 도전 정신을 가져 우리나라에서도 브로드컴 같은 회사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