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전방 산업 불황으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던 국내 배터리 양극재 업체들이 3분기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소폭 회복되며 출하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4분기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조정 시기가 기다리고 있어 일시적인 회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양극재 업체들의 올 3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89억원으로 전년 동기 14억원 대비 큰 폭의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은 412억원 적자에서 446억원 흑자전환이 기대되며, 엘앤에프 역시 724억원 손실에서 68억원 이익 실현이 예상된다.
 | | 엘앤에프 연구소 전경.(사진=엘앤에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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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양극재 업체들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전기차 판매 증가가 자리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는 1283만7000대로 전년 동기(1005만대) 대비 27.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양극재 수요 또한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주목되는 곳은 엘앤에프다. 2년 넘게 이어진 적자 흐름을 끊고 3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단가 하이니켈 제품 출하가 재개됐고 북미 주요 고객사 물량이 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특히 엘앤에프는 이번 위기를 극복한 뒤 재도약을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9월에는 리튬인산철(LFP) 전문 신설법인 ‘엘앤에프플러스’ 설립을 완료하며 신사업 확장에 나섰다. 또 인재개발원을 설립하며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 사업에 더해 음극재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는 점이 고무적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15일 글로벌 완성차업체 6700억원어치에 이르는 전기차 배터리용 천연 흑연 음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음극재를 생산하는 비(非)중국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인 미중 무역분쟁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분기에 이어 인니 니켈 제련소 투자 이익이 3분기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완전한 업황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중국 CATL을 중심으로 LFP 배터리 확산이 이어지며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니켈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원가 부담이 재차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니켈 가격이 오르면 판가에 전가하기 어려워 마진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반등이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내년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IRA 세부 규정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분기 실적 회복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내년 북미·유럽 시장 공략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