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정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라희는 성장하는 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왔다. 부모 말에 잘 따랐고 예의바르게 행동했으며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고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도 성실해 항상 선생님들께 칭찬받는 아이였다.
 | 이연정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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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라희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들과 놀기위해 엄마 아빠에게 소소한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이 나쁘다고 교육을 하고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작은 징계를 주었는데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들어왔음에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물론 거짓말로 인해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라희 입장에서는 혼날까봐 가볍게 둘러대는 것이지만, 라희 엄마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 걱정이 많다.
라희는 도대체 왜 그럴까?
만 2세가 되면서 리모콘을 갖고 전화기 흉내를 내는 가상놀이를 시작하면서 참과 거짓에 대한 이해를 시작하게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만 2세반이 되면서 작은 거짓말을 시작하게 된다. 거짓말하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부모는 놀랄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인지기능이 잘 발달하고 있는 징표로 이해해야 한다.
자라면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theory of mind)하고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 발달하면서 거짓말을 하게 되고 나이가 들수록 정교화되고 횟수가 늘어나게 되며 만 12세경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전전두엽이 발달하고 자기조절력도 발달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사회적 규범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서 거짓말은 차츰 줄어들게 된다. 어떻게 보면 자녀가 자라면서 종종 거짓말을 한다면 이것은 자녀의 인지기능 발달이 정상적으로 잘 발달하고 있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되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음에도 아이들이 종종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첫째, 부모의 징계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부모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한 뒤 혼나는 것이 두려워 금방 들킬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둘째, 자율성을 갖기 위해서이다. 부모가 자신을 과도하게 조절하려 한다고 생각하면 부모의 틀안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갖고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셋째, 또래 집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친구들이 모두 게임기나 장난감을 갖고 있는데, 나만 없는 것이 속상해서 없는데 있다고 하거나 또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멋져보이고 싶어서 숨겨놓은 여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넷째, 현재 상황에서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거나 솔직하게 말을 해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하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다섯째, 때로는 빈번하게 장기간 지속되는 거짓말은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기에는 어렵고 행동 문제, 품행 장애, 비행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할 수 있다.
청소년 자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부모가 과도하게 벌을 주거나 자녀의 행동을 제한만 하려한다면 청소년들은 부모의 징계를 피하고 자신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거짓말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거짓말을 한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진지하게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필요하다면 나이에 맡게 청소년 자녀가 자율성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교육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부모 또한 자신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며 시야를 넓혀 자녀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