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에 파견된 백해룡 경정이 출근 첫날 “합동수사팀은 위법하게 구성된 불법단체라고 주장해 왔는데 그곳으로 출근하고 있다. 공직자로서 신념이 흔들린다”고 했다.
 | |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으로 파견이 결정된 백해룡 경정이 16일 서울송파구 동부지검으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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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정은 16일 서울동부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검찰은 수사 대상이다. 검찰 최고 지휘부가 외압 의혹과 관련돼 있다”며 “수사 책임자가 권력자로부터 외압을 받으면 외압을 한 사람까지 수사해야 하는데 피해 당사자가 돼 수사에서 분리돼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인사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공무원의 의무”라며 “출근 의무가 있어 출근한 것”이라고 밝혔다.
백 경정은 ‘합동수사단을 지휘하는 임은정 동부지검장과는 어떻게 소통하는가’라는 질문에 “소통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수사팀 구성을 두고는 “임 지검장께서 백해룡 포함 5명을 요청했고 경찰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저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나 언질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백 경정은 “평소 명예롭게 퇴직하신 선배들을 굉장히 존경해 왔다. 그 길을 제가 조용히 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며 “일단 출근하고 생각을 정리해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백 경정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동부지검 합동수사팀에 파견됐다.
이에 대해 백 경정은 지난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갑자기 인사발령을 냈다”며 “‘대검찰청에서 5명만 요청했으니 백해룡 포함 5명 파견 보낼 것’이라는 통지가 협의의 전부였다”고 적었다. 또 서울동부지검의 합수팀 관련 입장문에 대해서는 “합수단은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 단체’”라며 “합수단 단장은 마약게이트를 덮어주고 승진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백 경정은 영등포서 형사2과장으로 재직하던 2023년 10월 인천공항세관 직원들과 마약 조직의 유착 의혹을 수사할 당시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으로부터 세관 직원 연루 부분을 빼달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김찬수 당시 영등포경찰서장도 자신에게 전화해 “이 사건을 용산이 알고 있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수사 브리핑을 연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은 영등포경찰서가 2023년 1월께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이 필로폰 74㎏가량을 밀수하는 데 세관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하던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경찰, 관세청 고위 간부 등이 사건을 은폐하려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