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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계 아연이온전지는 물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불이 붙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가격이 저렴하며 환경 부담도 적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차세대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아연 이온은 전하가 커 전극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양성자는 크기가 작아 빠르게 움직이지만, 과도하게 반응하면 부산물이 생겨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연구에서는 양성자 반응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박선아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접근을 뒤집었다. 양성자 반응을 없애는 대신 아연 이온과 양성자가 저장되는 순서를 제어해 두 이온을 모두 에너지 저장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큰 자갈을 먼저 병에 넣은 뒤 자갈 사이의 빈틈을 모래로 채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큰 아연 이온을 먼저 저장하고 그 사이의 공간을 작은 양성자로 채워 전극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서도 전압이 높은 구간에서는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전압이 낮아지면서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두 이온이 서로 다른 전압 영역에서 차례로 에너지 저장에 참여하면서 서로의 반응을 방해하는 현상도 줄였다.
연구팀은 다양한 X선 분석을 통해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된 뒤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양성자를 저장했다가 다시 내보내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박선아 교수는 “기존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해꾼’으로 여겨졌던 양성자를 오히려 에너지를 더 저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 원리를 다양한 전극 소재에 적용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하는 배터리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켐(Chem)’에 지난 7월 7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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