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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5월 E씨에게 5000만원을 빌려주고 같은 해 8월까지 변제하기로 하는 차용증을 받았다. 2022년 10월 E씨의 아버지 D씨가 이 채무를 보증했으나, 며칠 뒤 자신의 부동산을 B씨와 C씨에게 증여했다. 이에 A씨는 이 증여가 사해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고의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해서 채권자가 채권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나 2심은 증인 F의 증언 등을 토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가 E씨에게 도박자금으로 5000만원을 대여했고 대여 당시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며 “이는 불법원인급여로 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불법원인급여 후 별도의 반환약정을 하는 것은 그 약정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밝혔다. 반환약정의 무효 여부는 당초 불법원인급여가 이뤄진 경위, 쌍방 당사자의 불법성 정도, 반환약정의 체결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불법원인급여 후 그 급부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