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반발하며 보복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되면서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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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대중국 관세부과 시점과 관련해 “아마도 2월 1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최근 통화 시 관세와 관련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관세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내달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마약, 이민 문제에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그는 중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를 두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이날 트럼프의 발언은 고려하면 당초 예고한 대로 캐나다와 멕시코엔 25%의 관세를, 중국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관세부과는 아니다. 마약, 이민 문제 등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를 수단으로 활용했을 뿐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없다.
특히 각서에는 USTR에 내년 7월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재검토를 준비하기 위한 협의 절차를 시작하라는 명령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이 아닌 올해 USMCA 조기 재협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만들어진 USMCA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SMCA는 6년마다 협정 이행사항을 검토하게 돼 있는데, 2026년에 첫 시점이 도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올해 안에 이 협정을 입맛에 맞게 수정하고자 관세를 동원해 판을 짜고 있다는 설명이다.
WSJ은 트럼프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재협상을 통해 무역협정의 자동차 관련 조항을 변경해 현재 캐나다와 멕시코에 있는 자동차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USMCA를 재협상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캐나다와 멕시코가 관세를 완전히 피할 수 있을 만큼 신속하고 극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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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공세에 캐나다는 보복 카드를 꺼내 들 것을 시사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와 관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퀘벡주 몬테벨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고에 관한 질문에 “캐나다는 그에 대응할 것이며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응은) 강력하고 신속하며 균형 잡힌 것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 부과 수준에 비례한 맞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캐나다 정부는 철강, 세라믹, 유리, 오렌지주스 등 미국산 제품을 1단계 보복관세 부과 대상 품목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는 자국의 주권과 독립을 수호하는 동시에 대화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우리의 주권과 독립을 지킬 것”이라면서도 관세 위협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