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스페인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올리라는 요구를 거부한 데 재차 불만을 표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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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나는 스페인에 매우 불만이 크다. 스페인은 (GPD 대비)5%로 방위비를 올리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라면서 “스페인이 그렇게 한 것에 대해 관세를 통한 무역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인의 행보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대한 무례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 회원국들이 자국의 방위비를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압박해왔다. 그는 이달 9일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스페인이 나토의 국방비 증액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NATO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자 NATO 회원국들은 기존의 GDP 대비 2% 지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올해 6월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로 올린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끝내 5% 목표에 동의하지 않고 국방비 지출을 GDP의 2.1% 수준으로만 올리겠다고 주장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당시 막판 협상을 통해 예외 조치를 마련하면서 결국 합의문에는 ‘모든 회원국’이 아닌 ‘회원국들’이란 문구가 포함됐다.
1982년 NATO에 가입한 스페인은 2024년 기준 GDP의 1.3% 수준을 국방비로 지출하며 NATO 회원국(군대가 없는 아이슬란드 제외) 중 가장 비율로 군사비를 지출했다. 스페인으로선 지리적으로 러시아에서 떨어져 있어 국방비를 증액할 이유가 없다. 스페인은 라트비아·슬로바키아·루마니아·불가리아·튀르키예 등에 병력을 파병하는 등 NATO 임무에 적극적으로 기여함으로써 낮은 지출을 보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현지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자국 국방비 지출 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우리는 방위와 NATO의 안보에 전념하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 복지 국가의 방어에도 똑같이 헌신하고 있다”며 스페인은 GDP의 2%를 군사 지출에 할당함으로써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