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내려놓는 방법을 지혜롭게 배울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저 또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 | 15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막한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에서 선보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팀 T1의 책장. (사진=국립중앙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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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팀 T1 소속 프로게이머 이상혁(페이커)이 자신의 애독서로 꼽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에 대한 설명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스웨덴 출신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쓴 책이다. 이상혁은 “저는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경험을 했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삶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면서 책을 이같이 소개했다.
이상혁이 추천한 또 다른 책은 수면 의학을 다룬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스마트폰과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인스타 브레인’이다. 이상혁은 “잠을 최신 과학 지식으로 설명해주고 더 똑똑하게 잠을 자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준다”(‘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인스타 브레인’)고 각각 소개했다.
 | | 15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막한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에서 선보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팀 T1의 책장. (사진=국립중앙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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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을 비롯한 T1 선수들의 책장을 15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개막한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80주년 기념 전시의 일환으로 이상혁 외에 최현준(도란), 문현준(오너), 이민형(구마유시), 류민석(케리아) 등의 애독서를 선수들이 직접 쓴 추천의 글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삼국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달러구트 꿈 백화점’,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미움 받을 용기’ 등 장르도 내용도 각기 다른 책들로 구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청년세대의 감성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게임에서 확장하는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을 조명한다”고 T1과의 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개관 80주년을 맞아 그동안 수집·보존해 온 국가장서 중 국보, 보물, 초판본 등 200여 종의 자료를 23개 시대별·주제별 책장으로 구성한 전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한국인의 독서 문화를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 마련했다.
 | | 15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막한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 (사진=국립중앙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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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개막일에는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과 보물 ‘석보상절’,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을 원본으로 공개한다. ‘동의보감’ 원본 공개는 2009년 이후 16년 만이며, ‘석보상절’과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의 원본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일 이후엔 영인본 전시로 대체한다.
‘지봉유설’, ‘열하일기’, ‘송강가사’ 등 고서적을 비롯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김구의 ‘백범일지’ 등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책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그림이 그려진 표지로 익숙한 1955년 판본과 함께 그보다 앞서 출간된 1948년 판본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 | 15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막한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 (사진=국립중앙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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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전태일 평전’, ‘노동의 새벽’ 등 8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에세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김애란 소설집 ‘달려라, 아비’, 그리고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까지 90년대부터 2000년대를 대표하는 책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출판의 변화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책이 백성을 위하는 위민(爲民), 책과 함께 하는 여민(與民), 스스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시민(市民)으로 성장하는 서사와 함께 다양한 책장이 모여 국립중앙도서관을 이룬 이야기를 전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14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