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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차고 넘치는 수도권 센터들은 두 말할 나위 없고, 가동률이 전국 평균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지방 센터들도 마찬가지다. 매년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이들이 내는 세금으로 메우면서도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규모와 시기에 따라 임대 단가에 ‘할증’을 붙이는 자기배 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전시·박람회와 국제회의(컨벤션)을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분야 모두 지역 주최자가 역차별을 받는 상황은 같지만, 그 원인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래 관광객 유치, 수출 증진 정책의 그늘
국내 마이스 정책은 오래 전부터 ‘고부가가치 외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대형 국제회의를 유치해 외국인 방문과 소비를 늘리면 지역 경제를 살찌울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방향과 인식이 ‘외부 유입’, ‘고부가가치’에 맞춰져 있어 지역 학회나 협회, 단체가 여는 중소 규모 행사는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라는 점이다. 지역 시설이 안방 수요를 외면하는 역설이 당연한 듯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전시·박람회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기업의 판로 개척, 수출 증진이라는 이유로 해외 주최자가 여는 전시·박람회에 몇 배나 많은 정부 예산을 들이면서도 정작 국내 전시 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인증 전시’ 제도는 지역 주최자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처지가 이렇다보니 행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양질의 바이어 초청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결국 지역 기업조차 참가를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시·박람회는 국제회의보다 단기간에 안정적인 자생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해마다 수천 개 기업과 수십만 명의 바이어를 끌어 모으는 라스베이거스 CES, 바르셀로나 MWC 등도 시작은 소규모 지역 행사였다. 하지만 조력자 역할을 해야할 지자체는 회계연도 독립 원칙에 묶여 단년 방식으로만 예산을 지원, 스스로 지역 전시·박람회 지원의 성과와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지역 전시컨벤션센터 운영 철학·정책 재정립해야
핵심은 지역 전시컨벤션센터 운영 철학이 지역 특화 마이스를 통한 지역산업 육성과 생태계 구축이라는 본래 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가 행사 유치 보조금과 지원금을 별도로 운영하며 이 간극을 메우려 하지만, 이마저도 예산 상황에 따라 감액되거나 사라지기 일쑤다. 지역 업계 입장에선 예측 가능한 인센티브가 아닌 언제 끊길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지역 전시·박람회를 육성하기 위한 다년도 지원 체계도 도입해야 한다. 통상 하나의 행사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최소 5년 이상의 일관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회계연도 원칙에 얽매인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기금을 활용한 출연 등 보다 중장기적인 육성과 투자 방식으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공공 자산인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해외 바이어 네트워크를 지역 전시·박람회에 개방해야 한다. KOTRA 등이 보유한 해외 바이어 네트워크를 연계한 협업 구조를 확대해 지역 전시·박람회의 국제화 역량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외래 관광객 수나 직접 경제효과 외에 지역 내 주최자 수, 지역 산업과의 연계 행사 건수, 신생 행사의 성장률 등 정책 성과의 평가 지표도 다양화해야 한다.
지역민과 지역 기업의 세금으로 지은 전시컨벤션센터가 살펴야 할 대상 일순위는 지역 주최자 등 업계다. 외부 대형 행사 유치는 그 다음 이야기다. 지금처럼 지역 주최자가 역차별받는 구조라면 지자체 출자의 정당성 자체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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