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FX마진거래 손실 투성…사업 중단 수순

하나·키움證, FX마진거래 손실계좌비율 증가
트럼프 당선 등 환변동성 확대에 손실계좌↑
개인투자자 거래대금도 축소 추세
증권사들, FX마진거래 서비스 종료 나서
  • 등록 2025-01-22 오후 5:01:54

    수정 2025-01-22 오후 7:10:16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지난해 4분기 증권사들의 유사해외통화선물(FX마진거래) 계좌 대다수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국내 탄핵 정국 여파로 환율 변동성이 시장 예상보다 커지면서 손실을 본 계좌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FX마진거래 투자 수요도 위축되면서 증권사들이 잇달아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FX마진거래를 취급하는 증권사 및 선물회사 4곳 중 3곳에서 손실계좌비율이 이익계좌비율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계좌비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하나증권이었다. 하나증권의 FX마진거래 손실계좌비율은 78%를 기록했다. 이익계좌비율 22% 대비 3배 더 컸다. 지난해 3분기 손실계좌비율이 2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큰 폭 확대됐다.

지난해 4분기 삼성선물과 키움증권(039490)의 FX마진거래 손실계좌비율은 60%대를 각각 넘었다. 삼성선물과 키움증권 역시 전분기 대비 손실계좌 비율이 모두 증가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FX마진거래 이익계좌비율이 69%를 기록해, 손실계좌비율 31%를 상회했다.

FX마진거래는 두 나라의 통화를 동시에 매수·매도해 환율 가치의 등락에 따른 차익을 누릴 수 있는 장외 파생거래상품이다. 10% 증거금만 예치하면 1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큰 폭의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예치금이 유지증거금 이하로 하락할 경우에는 보유 포지션이 시장가로 강제 자동 청산돼 손실 위험도 크다. 이에 당국은 FX마진거래를 하려면 1만달러(약 1400만원) 이상 예치하도록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FX마진거래 손실 계좌 비율이 상승한 것은 환율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당선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며 달러 강세가 심화하는 등 외환시장에서 큰 변동성이 야기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가진 선물 포지션과 반대로 시장 흐름이 나타나 손실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손실 계좌 비율이 늘면서 개인투자자의 거래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FX마진거래 거래대금은 68억6061만달러로 전분기(78억612만달러) 대비 10억달러가량 줄었다.

거래대금이 위축되며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줄자 증권사들은 관련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신한투자증권이 FX마진거래 서비스를 중단한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16일부터 FX마진거래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FX마진거래가 거래가 줄어들면서 수익이 많이 나지 않은 데다, 증권사별로 차별성이 있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종료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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