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소규모 기업의 회생절차에서 기존 경영자가 회생 이후에도 지배권을 상실하지 않고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회생계획이 인가된 첫 사례가 나왔다.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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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6부(부장판사 나상훈)는 지난 13일 온라인 기반 광고 및 마케팅 사업을 하는 A기업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최종적으로 기존 경영자가 회생 이후에도 5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A사는 ‘회생채권 중 현금변제 부분(50% 미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액에 대해 출자전환하되, 이후 주식병합을 통해 최종적으로 기존 경영자가 회생 이후에도 5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책임경영한다’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했고 회생채권자의 조에서 동의를 받았다.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인가했다.
회생신청 당시 A기업의 대표자는 발행 주식의 93.3%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종전 회생실무관행(상대적 지분비율법)에 따르면 A기업의 대표자의 지분은 회생 이후 50% 미만으로 감소돼 회생계획 인가 이후 지배권을 상실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
‘상대적 지분비율법’이란 회생계획안 상 기존 주주의 최종 지분율이 회생채권자에 대한 현가변제율보다 낮아야지만 인가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는 실무적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에 법원은 기존 실무관행인 ‘상대적 지분비율법’의 대안으로 ‘종합적 고려법(가칭)’을 시범적으로 적용해, 기존 경영자가 회생 이후에도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기존 경영자가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가 입장에서 회생절차를 주저하게 되는 여러 사유 중 하나가 기존 경영자의 지배권 상실이었는데,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실무례가 나왔고 앞으로 소규모 기업이 회생절차 이후에도 경영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일 취임한 정준영 서울회생법원장도 취임사에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새 출발을 응원하는 것이 회생법원의 역할이고, 특히 작은 혁신기업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간이회생제도는 너무나 중요한 제도”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