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 최소 25%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오는 4월2일께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4월1일까지 각국의 관세, 비관세장벽, 조세제도 등을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고율의 ‘관세 폭탄’을 던지겠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을 미국 내로 이전시켜 제조업 부흥을 꾀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 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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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아마 여러분에게 4월 2일에 이야기할 텐데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에 대해선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1년에 걸쳐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은 특히 단계적으로 상향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각국의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이전을 결정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일단은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투자 결정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관세율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세제, 규제 완화 등 혜택을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관세를 물리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대미 사업 비중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경영난에 빠진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LG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도 북미 생산 물량을 늘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미·러 당국자 간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종전 합의를 더욱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아마도 이달 말 전에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에서 배제된 우크라이나와 유럽(EU)은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