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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날 오전 10시 58분께 기장군 일광읍 한 은행에 침입해 돈을 탈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마스크와 털모자를 눌러쓴 채로 건물 2층에 있는 은행에 들어온 A씨의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총 모양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A씨가 들이닥치기 전 부인과 함께 은행에 있던 고객 박천규(53) 씨는 A씨가 “주목, 주목” 외치면서 “돈을 넣어라. 무릎을 꿇어라”라고 요구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전했다.
A씨의 요구대로 무릎을 꿇은 박 씨는 A씨 손에 들린 총만 계속 주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집사람이 같이 있고 여직원들도 많았는데 다들 많이 놀란 상태였다”며 “손님 중에는 이 상황을 해결할 사람이 저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다시 창구 쪽으로 나와 미리 준비한 여행 가방에 오만 원권을 담으라고 직원에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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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A씨가 다가오자 두 손으로 총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움켜쥐었고 A씨와 함께 넘어지면서 그 물체를 빼앗았다.
박 씨가 달려들자 청원경찰과 남성 직원 1명 등이 힘을 보태면서 A씨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었다.
A씨가 손에 들고 있던 비닐 안에는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이 들어 있었다. 박 씨는 “강도를 덮칠 때만 해도 가짜 총이라는 인식은 없어서 사력을 다했다”고 했다.
젊은 시절 의무복무를 특공대에서 했다는 박 씨는 “지금은 간부부대로 바뀌었지만, 예전 701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면서 “복무한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일반 사람들보다는 총에 대한 잘 알고 있어 공포감이 덜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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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강도 과정에서 은행 직원들에게 “나가”라고 소리 질렀다가 직원들이 나가자 “다시 들어와”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집에서 자녀의 공룡 장난감을 집어들고 10여 분간 걸어서 은행으로 향하는 등 촌극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산 기장경찰서는 박 씨에게 조만간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